(Male fiddler crabs. Credit: Patricia Backwell, ANU)
피들러 게 (fidder crab)는 수컷이 지닌 비대칭적인 대형 집게발로 유명합니다. 이 집게발은 다른 수컷과 싸움을 벌이거나 혹은 굴을 팔 때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천적인 새가 나타나면 보통 암컷은 수컷이 파놓은 굴속으로 몸을 피하는데, 이는 물론 짝짓기에 유용한 기회이므로 수컷들은 열심히 굴을 팝니다. 그런데 암컷이 굴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짝짓기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보호를 위한 것인지 다소 헷갈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뭔가 짖굿은 장난 같지만, 호주 국립대학의 파트리샤 백웰 교수(Researcher Professor Patricia Backwell from The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ANU))와 동료들은 로봇 게와 가짜 새를 이용해서 이를 검증했습니다.
로봇 게와 연구자들이 파놓은 굴은 몸을 숨기기에는 적당하지만, 짝짓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상대입니다. 따라서 짝짓기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암컷 피들러 게가 다시 이 굴을 찾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짝짓기 여부와 관계 없이 암컷 게들이 여전히 마지막 방문했던 굴속으로 피신한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they found the same robotic males attractive, males treated them in the same way as potential mates and all the females retreated to the last burrow they visited when swooped by the plastic bird) 플라스틱 새를 피해서 방문하는 것은 로봇이든 실제 수컷이든 상관없이 마지막 방문했던 가장 가까운 굴이었습니다.
따라서 연구팀은 암컷 게가 짝짓기보다는 안전한 피난처를 더 선호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물론 일단 살아야 새끼도 낳을 수 있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암컷 게가 수컷이 짝짓기가 불가능한 로봇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는지도 궁금하네요. 좁은 굴속에서 어쩌면 암컷 게가 로봇을 의식하고 준비 (?)하고 있었는데 로봇이 반응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꽤 흥미로운 연구 결과 같습니다.
참고
M. Peso et al, Not what it looks like: mate-searching behaviour, mate preferences and clutch production in wandering and territory-holding female fiddler crabs: Table 1., Royal Society Open Science (2016). DOI: 10.1098/rsos.16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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