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태양계 이야기 549 - 명왕성의 얼음 밑에도 바다가 있을까?



(7월 13일 명왕성에서 76만 8000km 떨어진 지점에서 촬영한 사진. Pluto nearly fills the frame in this image from the Long Range Reconnaissance Imager (LORRI) aboard NASA’s New Horizons spacecraft, taken on July 13, 2015 when the spacecraft was 476,000 miles (768,000 kilometers) from the surface. This is the last and most detailed image sent to Earth before the spacecraft’s closest approach to Pluto on July 14. The color image has been combined with lower-resolution color information from the Ralph instrument that was acquired earlier on July 13. This view is dominated by the large, bright feature informally named the “heart,” which measures approximately 1,000 miles (1,600 kilometers) across. The heart borders darker equatorial terrains, and the mottled terrain to its east (right) are complex. However, even at this resolution, much of the heart’s interior appears remarkably featureless—possibly a sign of ongoing geologic processes.
Credits: NASA/APL/SwRI) 


 명왕성은 비교적 작은 천체에 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복잡할 뿐 아니라 젊은 지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명왕성 표면에는 크레이터의 숫자가 적을 뿐 아니라 아예 없는 지형도 존재하는데, 이는 명왕성의 얼음 지형이 새롭게 변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명왕성의 얼음 지각아래 액체 상태의 물을 의심하게 만드는 소견입니다. 


 브라운 대학의 지질학자 브랜던 존슨(Brown University geologist Brandon Johnson)과 그의 동료들은 나사의 뉴호라이즌스호가 보내온 데이터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명왕성의 얼음 아래 물이 있을 가능성을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명왕성 표면에 하트 모양으로 존재하는 너비 900km의 거대 평원인 스푸트니크 평원(Sputnik Planum)입니다. 이 평원이 형성된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가설이 존재하는데, 이중에는 지름 200km 이상의 다른 천체와 충돌한 흔적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만약 충동설이 사실이라면 스푸트니크 평원이 있는 지역에는 큰 크레이터가 생겨 움푹들어가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오히려 이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서 나와 있는 모습입니다. 뉴호라이즌스호 데이터는 이 지역에 양성 질량 이상 positive mass abnormaly 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이 지역이 명왕성의 위성인 카론을 바라보는 지역으로 항상 중력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곳에 질량이 쏠린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이곳에 거대한 크레이터 대신 하트모양의 거대한 지형이 형성된 이유는 아래에 액체 상태의 층이 있고 이 액체가 빈 곳을 메웠다고 설명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액체가 얼마나 존재했는지와 그 염도를 계산했습니다. 물의 층이 없는 경우에서 200km 크기의 층이 있는 경우까지 조사한 결과 30% 염도의 짠 물로 되어 있는 100km 이내 두께의 층이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나왔습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태양계에서 아주 먼 곳까지 물이 존재하는 셈이라서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어떻게 액체 상태의 층이 존재할 수 있는지 역시 미스터리한 일이 아닐 수 없는게 명왕성의 작은 크기로 봤을 때 내부에 액체층을 만들만한 열을 생성하기 힘든데다 카론의 중력의 힘만으로 충분한 열을 만들 수 있을지도 다소 의문이기 때문입니다. 


 뉴호라이즌스호의 탐사 이후 명왕성의 비밀이 많이 풀렸지만, 새로운 궁금증이 생긴것도 사실입니다. 언젠가 새로운 탐사선이 도달해서 이 비밀을 풀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참고 


Brandon C. Johnson et al. Formation of the Sputnik Planum basin and the thickness of Pluto's subsurface ocean.,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2016). DOI: 10.1002/2016GL070694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