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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방의 초음파 재밍의 기원

 나방의 가장 중요한 천적은 물론 지역과 종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박쥐를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둘다 야행성이고 공중에서 민첩하게 움직이는데 음파를 무기로 싸운다는 공통점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나방은 밤으로 무대를 옮기므로써 다른 중요한 잠재적 천적인 새로부터는 안전할 수 있지만, 박쥐는 새들이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는 밤시간대에 초음파를 무기로 자유자재로 움직이기 때문에 나방 입장에서는 꽤 무서운 천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을 통해서 나방도 그냥 당하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나방은  박쥐와의 진화적 군비 경쟁을 통해서 다양한 대응책을 만들었는데,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똑같이 초음파를 만들어서 박쥐의 초음파를 방해하는 재밍 기술이죠. 이전에도 한번 소개드린 바 있었습니다. ( http://jjy0501.blogspot.kr/2013/07/blog-post_6.html  참조) 

 과거 플로리다 자연사 박물관에서 박각시과 나방에 재밍에 대한 연구를 (이전에 소개한 연구) 발표한 바 있었던 카와하라 (Akito Kawahara, assistant curator of Lepidoptera at the Florida Museum of Natural History ) 박사는 더 대규모의 연구 결과를 통해 초음파 재밍이 나방에서 매우 흔하게 발전시킨 방어 기술이라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이들은 총 32개 국가, 70 여곳의 장소에서 수집한 나방 700 마리를 (124종의 박각시과 나방) 분석해서 이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57종의 나방이 초음파 재밍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즉 초음파 재밍 기술이 극히 일부 종이 진화시킨 독특한 기술이 아니라 이들의 공통 조상에서 유래한 역사가 깊은 기술이라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아마도 초음파 재밍 기술이 진화한 것이 올리고세인 2600만년 전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박각시과의 나방.  Hawkmoths, including this species belonging to the subtribe choerocampine, produce ultrasound as a defense against bats. A new University of Florida study found that many species have used a sound-producing system found in their genitals to elude bats for millennia. Credit: Florida Museum of Natural History photo by Pablo Padron.

 보통 초음파 재밍을 위해서는 초음파를 만들 수 있는 독특한 기관이 필요합니다. 이미 발성 기관을 가지고 있는 박쥐는 이를 기반으로 초음파를 발산하지만 나방에는 그런 장기가 없습니다. 그래서 인간의 관점에서는 약간 엽기적이지만 나방은 생식기를 이용해서 초음파를 만들어 박쥐가 내는 초음파를 재밍합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일부 나방은 생식기 대신 울음판(tymbal)을 진화시킨 것들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초음파 재밍이 나방에서 한 번 진화한 것이 아니라 두 번 이상 독립적으로 진화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박쥐의 사냥은 나방에게는 매우 큰 진화압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독립적인 초음파 재밍의 진화는 사실 놀라울 것이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박쥐와 나방 사이의 초음파를 이용한 진화적 군비 경쟁이 이렇게 오랜 세월 진행되었다는 것은 상당히 놀라운 자연의 경이라고 하겠습니다.     
 참고
 "Tempo and mode of antibat ultrasound production and sonar jamming in the diverse hawkmoth radiation." PNAS 2015 ; published ahead of print May 4, 2015, DOI: 10.1073/pnas.1416679112

  http://phys.org/news/2015-05-reveals-evolutionary-history-hawkmoths-sonar.html#j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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