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공학적 아이디어들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쏟아져나왔습니다. 물론 이 중 상용화되어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이런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처음 제시하지 않았다면 그 소수도 우리가 누릴 수 없는 혜택이겠죠. 전등에서 비행기까지 우리의 삶을 바꾼 발명품은 그렇게 등장했을 것입니다.
풍력 발전기 역시 수많은 아이디어가 등장하는 분야가운데 하나인데, 이중에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거대한 풍력 터빈입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풍차는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킵니다. 예를 들어 야생 조류와 충돌해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큰 소음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합니다. 물론 계속 움직이는 부분이 있다보니 건설은 물론이고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죠.
따라서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풍차 날개가 없는(Bladeless) 풍력 발전기를 제안했습니다. 이중에서 널리 상용화된 것은 아직 없지만, 이번에도 한 가지 기발한 아이디어가 제시되었습니다. 그것은 진동을 이용한 풍력 발전기입니다.
보텍스 블레이들리스 Vortex Bladeless 풍력 발전기는 이 발전기의 특징이 이름에 다 들어있습니다. 이를 제안한 엔지니어인 데이빗 야네즈(David Yanez)는 이 풍력 발전기의 아이디어가 1940년에 있었던 유명한 다리 붕괴사고인 타코마 다리 붕괴 사고(Tacoma Narrows Bridge collapse)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이 다리는 시속 40마일(64km/hr)의 강풍이 불어닥치자 마치 깃발처럼 심하게 움직이면서 붕괴되었습니다. 즉 바람에 의한 공탄성 플러터(aeroelastic flutter)가 문제가 되었던 것입니다. 바람에 의해 생성되는 작은 소용돌이인 와도(vorticity)가 발생해서 다리 상판을 아래 위로 심하게 흔들었던 것이죠. 이는 공탄성 동조(aeroelastic coupling)현상이라고 부릅니다.
이 현상은 강한 바람에 의해 날개나 다리의 상판이 아래 위로 흔들리면서 불안정해지는 문제를 야기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이를 이용해서 바람의 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방식을 응용한 것이 보텍스 블레이들리스 발전기입니다. 쉽게 이야기 하면 거대한 막대기 같은 구조물이 바람에 흔들리면 그 운동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장치입니다.
(보텍스 블레이들리스의 상상도. Credit : Vortex Bladeless )
(동영상)
이들은 보텍스 블레이들리스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4kW의 전력을 생산할 소형 사업용 풍력 발전기 제작에 뛰어들었습니다. 현재까지는 소규모 실내 및 실외 테스트에서 성공을 거둔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이 발전기가 상당한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단순한 구조 덕분에 생산 및 설치, 유지 보수 단가가 매우 저렴해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냥 기둥처럼 생긴 발전기를 땅에다 박기만 하면 되니 어느쪽이 더 단가가 저렴할지는 생각해보면 쉽게 답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건설 및 유지 보수에 드는 비용은 같은 전력을 만들 수 있는 기존의 발전기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서두에서 말했던 것처럼 그럴듯한 아이디어 가운데 상용화되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실험에서는 잘 되던 것도 규모를 키워서 양산하면 예기치 않은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죠. 이런 형태의 발전기는 결국 흔들리는 기둥입니다. 따라서 예상되는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타코마 다리처럼 바람에 의해 부서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람을 받는 면적이 적은 만큼 기존의 풍력 발전기 대비 효율성이 더 뛰어날지도 의문입니다.
결국 이 의문은 실제로 테스트를 해봐야 결론이 나올 것입니다. 이들의 아이디어가 풍력 발전의 역사를 바꾸는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실패도 물론 있겠지만, 이렇게 계속 시도하다보면 언젠가 혁신이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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