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329 - 외계 행성 일기 예보


 일기 예보는 지구에서도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변화 무쌍한 지구의 기후는 최첨단의 슈퍼컴퓨터로도 100% 예측할 수 없는 기상현상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그렇다곤 해도 기상을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죠. 확률적으로 얼마나 비가 올지, 그리고 기온이 어떻게 될지 예보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며, 종종 오류는 있을 수 있어도 높은 확률로 예보가 가능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 이점은 지구 이외의 태양계의 다른 행성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기를 가진 행성은 주기적, 계절적인 기상 변화를 일으킵니다. 주로는 기상 예보보다는 행성의 대기 메카니즘을 연구하기 위한 것이지만, 지난 수십 년간 과학자들은 태양계 주요 행성들에 대한 기후 변화와 기상 현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외계 행성은 어떨까요?
 과학자들은 일부 외계 행성의 경우 극단적으로 단순한 기후를 지니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진짜로 그런지는 아마도 탐사선을 직접 보내 확인하기 전까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지금 단계에서도 추정은 가능합니다.
 토론토 대학의 리사 에스테베스(Lisa Esteves, a PhD candidate in the Department of Astronomy & Astrophysics at the University of Toronto)와 그녀의 동료들은 케플러 우주 망원경의 데이터를 이용해서 6개의 외계 행성의 기상 현상을 예측했습니다. 이 행성들은 모두 모항성 가까이에서 공전하는 뜨거운 목성형 행성들로 그 기상 패턴은 상당히 단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외계 행성의 기상 현상에 대한 랜더링 이미지. An artist's rendering of an exoplanet with cloudy mornings and clear, scorching afternoons, exhibiting a cycle of phase variations that occur as different portions of the planet are illuminated by its star, as seen from Earth. Astronomers at the University of Toronto, York University and Queen's University Belfast used measurements of the phase variations of six exoplanets obtained by the Kepler space telescope to forecast their daily weather cycle.
Credit: Lisa Esteves/University of Toronto) 

 연구팀이 그렇게 생각하는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연구 대상이 된 외계 행성들은 현재까지 가장 흔하게 발견된 외계 행성 타입인 뜨거운 목성형입니다. 이들 행성들은 달에서처럼 공전 주기와 자전 주기가 동조화 되어 있습니다. 즉 모항성에서 너무 가까이 있어 조석 고정이 일어난 것이죠. 따라서 우리는 직접 그 행성에 가보지 않고도 하루의 길이를 알 수 있습니다.
 이 행성들은 모항성에 가깝기 때문에 평균 표면 온도가 섭씨 1600도에 달할 만큼 뜨겁습니다. 케플러 데이터를 통해서 밝기 변화를 측정한 연구팀은 이 행성의 하루 중 기후 변화를 추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기후는 극도로 단순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일단 이 행성들은 반시계 방향으로 공전한다고 합니다. 당연히 낮인 부분의 온도가 밤인 부분보다 높기 때문에 공기의 흐름은 온도와 반대 방향(즉 낮인 부분에서 밤인 부분으로) 매우 강력하게 불게 됩니다. 행성 대기의 구름 역시 바람에 의해 동쪽으로 계속 이동합니다. 그 결과 아침에는 구름이 좀 낄 수 있지만 한낮에는 청명한 하늘(이라고 하기보단 섭시 1600도 수준이니 이글거린다고 해야하겠죠)을 볼수 있을 것입니다. 이 단순한 기후 패턴은 영원이 반복됩니다. (위의 이미지 참조) 따라서 일기 예보는 매우 쉬울 것 같습니다.
 연구팀은 케플러의 데이터에서 실제로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한다는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그 증거란 밝기의 변화입니다. 적어도 6개의 행성 중 4개에서는 아침인 부분에서 구름에 의해 항성의 빛이 반사되어 더 밝기가 증가하는 양상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가장 뜨거운 2개의 행성에서의 빛은 행성 자체에서 나올 가능성도 일부 있느나 아마도 대부분은 구름에 반사된 빛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최근 외계 행성의 구름 패턴을 포함한 표면 변화를 관측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언젠가 외계 행성의 생생한 모습과 그 기후 패턴을 알게 되는 날도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Lisa J. Esteves, Ernst J. W. De Mooij, Ray Jayawardhana. Changing Phases of Alien Worlds: Probing Atmospheres of Kepler Planets with High-Precision PhotometryThe Astrophysical Journal, 2015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