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그라스팀의 구조. European Bioinformatics Institute and one more author - www.ebi.ac.uk )
미국 FDA와 메릴랜드 의대(University of Maryland School of Medicine (UM SOM))가 공동 연구를 통해서 첫 번째로 FDA에서 승인된 급성 방사선 증후군(Acute radiation syndrome (ARS))에 대한 치료제를 승인했습니다. 사실 치료제 자체는 완전 새로운 약이 아니라 이전부터 널리 사용되었던 약물입니다.
이 약물은 필그라스팀(상품명 뉴포겐) Neupogen®(Filgrastim) 으로 지난 1991년 항암 치료 중 호중구감소증(neutropenia)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승인되었습니다. 이 물질의 약리기전은 골수에서 호중구 생산을 촉진하는 것으로 과립구 콜로니 자극인자 granulocyte colony stimulating factor (G-CSF)라고 불리는 물질이기도 합니다.
항암제의 가장 흔한 부작용 가운데 하나는 정상 세포도 같이 억제하는 것입니다. 이 중에서 골수는 흔히 억제 되는 장소가운데 하나로 골수가 억제되면 당장에는 큰 증상이 없지만 시간이 지난 후 우리몸에 반드시 필요한 백혈구 등 세포 성분이 줄어들어 감염에 취약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당장에는 혈액 속에 있는 백혈구가 있으니까 어떻게든 버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보충이 안되는 것이죠.
호중구는 사람 혈액에서 백혈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매우 흔한 백혈구입니다. 체내에 침입한 세균을 격퇴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호중구가 부족하면 감염에 취약해집니다. 이와 같은 일은 항암 치료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강력한 방사선에 노출되는 경우 인체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급성 방사선 증후군에서 가장 흔한 사망 원인 가운데 하나는 골수의 조혈 세포의 손상입니다. 극심한 백혈구 및 혈소판 감소로 인해서 결국 감염과 출혈로 인해 사망하게 되는 것이죠. 현재까지는 이를 치료할 약물이 없었고 대개는 항생제와 혈액 성분을 투여하면서 치료를 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참고할 만한 네이버 캐스트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21&contents_id=5018
미국 FDA 및 메릴랜드 의대는 2013년 Biomedical Advanced Research and Development Authority (BARDA)의 Project BioShield 프로그램에 의해 1억 5700만 달러의 예산을 배정받고 급성 방사선 증후군에 대한 치료 약물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는 대형 방사능 유출 사고나 혹은 핵공격으로 인한 방사능 피폭시 치료제를 구하고 비상시를 대비해 비축하기 위한 연구입니다.
현재까지는 그런 일이 없지만, 미래에 미국에서 그런 일이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판단하에 이와 같은 연구가 진행된 것이죠. 이 경우 신약을 개발하는 것도 물론 방법이지만, 더 빠르고 안전한 방법으로 기존 약물 가운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약물을 찾아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사실 많은 약물이 새로운 효능이 발견되어 새롭게 생명을 얻는 경우는 의학에서 매우 흔한일입니다. 예를 들어 해열 진통제인 아스피린은 오늘날 혈소판 억제 약물로 더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급성 방사선 증후군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백혈구 감소를 치료하기 위해서 백혈구 생산을 자극하는 과립구 콜로니 자극인자를 투여한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대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급성 방사선 증후군 환자를 구할 수가 없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약물을 테스트하기 위해 환자를 만들 수도 없는 문제입니다.
결국 이 승인은 잘 통제된 동물 실험을 대상으로 테스트 한 후 이뤄졌습니다. 따라서 사람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 사람에서 널리 사용되었기 때문에 부작용과 안전한 용량에 대한 연구가 많이 되어 있어 안전하게 사용이 가능하며, 또 약물을 구하기 쉽다는 것은 큰 장점입니다.
원리적으로 본다면 이 약물은 급성 방사선 증후군에서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가능하면 이를 시험할 상황 (즉 급성 방사선 증후군 환자가 생기는 상황) 이 없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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