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온혈 어류 발견 ?




 미국립 해양 대기청(NOAA)의 과학자들이 매우 독특한 물고기를 발견했습니다. 빨간개복치(opah, or moonfish. 종명 Lampris guttatus)라는 진짜 달덩이처럼 둥근 어류가 항온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NOAA의 어업 부분 연구자인 니콜라스 베그너(Nicholas Wegner of NOAA Fisheries' Southwest Fisheries Science Center in La Jolla, Calif)와 그의 동료들은 이 물고기를 연구에서 이 내용을 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했습니다.



(빨간개복치를 들고 있는 베그너.  NOAA Fisheries biologist Nick Wegner holds an opah caught during a research survey off the California Coast.
Credit: NOAA Fisheries/Southwest Fisheries Science Center)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항온성은 변온동물과 항온동물을 나누는 기준이 되지만 실제로는 그 중간에 위치한 동물들도 존재합니다. 관성 항온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몸집이 큰 거북, 악어 등에서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즉 거대한 몸집 덕분에 열이 쉽게 방출이 되지 않아서 불완전하지만 아무튼 항온성을 유지하는 것이죠. 공룡 역시 관성 항온성 동물 ( http://blog.naver.com/jjy0501/220029675103 참조) 이라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사실 거대한 어류 역시 어느 정도 관성 항온성을 가진 경우가 있기 때문에 빨간개복치가 따뜻한 피를 지녔다는 것은 그다지 놀랄일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따뜻한 수온에 서식한다면 더 그렇겠죠. 하지만 이 물고기가 사는 환경은 결코 따뜻한 물속이 아닙니다. 수심 수백미터의 심해에 사는 빨간 개복치는 차가운 물속을 느릿느릿 움직이는 어종입니다. 

 따라서 그 외형에서 볼 때 결코 항온성을 지녔으리라 생각하기 어려운 어종이지만, 이 물고기의 아가미를 해부한 연구팀은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어류는 아가미에 혈액을 흘려보내 산소를 교환합니다. 따라서 체내에서 발생한 열은 아가미 및 기타 다른 부위에서 교환되어 결국 주변 수온과 비슷한 체온을 지니게 되는 것이죠. 주변 온도에 따라서 체온이 변하니까 어류는 변온 동물입니다.

그런데 빨간 개복치의 아가미에는 매우 독특한 구조물이 있었습니다. 아가미로 들어가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피가 아가미에서 나오는 차가운 피를 한번 휘감고 들어갈 수 있도록 혈관이 독특하게 발달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이는 공학에서 흔히 역류열교환(counter-current heat exchange)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주변에 열을 빼앗기지 않고 내부 온도를 계속 따뜻하게 유지하게 만듭니다.


 이 독특한 구조 덕분에 빨간개복치의 근육 조직은 수심 150피트에서 1000피트(45미터에서 300미터)에서 주변 수온보다 약 5℃ 더 높은 체온을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이런 방식은 이제까지 어류에서는 발견된 적이 없는 특이한 생리구조로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이는 조류나 포유류 같은 항온성과는 다른 것입니다.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수온보다 높게 유지하는 방식이니까요. 그런데 과연 이것이 이 어류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요? 빨간개복치의 체온은 같은 수심에 있는 다른 물고기보다 높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먹이가 되는 물고기보다 (혹은 천적보다) 더 빠르게 헤엄칠 수 있는 것이죠. 이와 같은 생리적 특징은 분명 이 물고기의 생존에 유리한 특징이 있을 것입니다.

 연구의 주저자인 베그너는 이를 매우 영리학 전략(clever strategies) 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연의 법칙은 항온/변온이라는 단순한 전략 중 양자 택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변화와 응용을 낳게 만듭니다. 이번 발견은 그 좋은 사례중 하나일 것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Nicholas C. Wegner, Owyn E. Snodgrass, Heidi Dewar, John R. Hyde. Whole-body endothermy in a mesopelagic fish, the opah, Lampris guttatusScience, 2015 DOI:10.1126/science.aaa8902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