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연구자들은 예상했던 연구 결과가 아니라 예상치 않았던 연구 결과를 보고 당혹해 하기도 합니다. 뭔가 이전에 알려진 것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가능한 결론은 1)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거나 기존의 가설을 뒤집었다 2) 아니면 뭔가 연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입니다. 물론 이 사이에 많은 가능성이 있겠지만 두 가지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해보지 않을 수 없죠.
연구자들이 원하는 결과는 항상 1) 이지만 2)의 가능성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습니다. 만약 후속 연구 결과를 통해서 내 연구 결과가 잘못이라는 것이 드러나면 (사실 이런 일은 생각보다 흔하게 발생하는 것이고 이것 자체를 과학에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라고 말할 순 없습니다. 아예 결과를 조작한 것과는 다른 경우죠) 사실 연구자로써는 매우 아쉬운 일이기 때문에 조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가능성을 배제해도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을 때 연구자는 조심스럽게 그 결과를 발표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할 이야기도 넓게 보면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때 정상 체중인 당뇨 환자가 가장 합병증이 적고 오래살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당뇨가 없는 상황에서도 비만은 매우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며 둘이 같이 있으면 더 좋지 않은 예후가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몇몇 연구들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결과들이 나왔습니다. 사실 저체중인 경우도 비만만큼 위험하기 때문에 저체중인 경우 예후가 좋지 않다는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정상 체중 당뇨 환자가 오히려 과체중인 당뇨 환자보다 예후가 좋지 않다면 다소 이상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영국 헐대학(Hull University) 피에뤼기 코스탄조(Pierluigi Costanzo)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저널 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당뇨환자의 사망률과 체질량지수(BMI)간의 상관 관계를 분석한 코호트 연구를 통해서 분석했습니다.
총 10,568명의 당뇨 환자가 평균 10.6년간 추적 관찰되었는데, 이 중 정상 체중(BMI, 18.5 to 24.9 kg/m^2)인 그룹보다 과체중(BMI, 25 to 29.9 kg/m^2) 환자에서 오히려 사망률이 낮았으며 비만 환자(BMI >30 kg/m^2)는 정상 체중과 사망률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같은 비만 패러독스(Obesity paradox)는 연구자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우선 이 연구에서는 암, 신장 질환, 폐질환, 심장 질환 같은 다른 변수를 보정한 후에도 이와 같은 추세가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연구에서는 항상 통제하지 못한 혼란 변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 코호트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같은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결과를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연구를 이끈 코스탄조 교수 역시 이번 연구 결과만으로 과체중 2형 당뇨 환자의 사망률이 낮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아무튼 이번 연구가 여러 가지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 것은 사실이라고 하겠습니다. 과연 체중을 어느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당뇨 환자에서 가장 좋을까요. 이 부분은 앞으로 후속 연구를 통해서 더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금까지는 과체중이 오히려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부족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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