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협회의 라이트 세일. 출처: 행성협회)
1976년, 지금은 작고한 과학자인 칼 세이건(Carl Sagan)은 미국의 유명 TV 쇼인 투나잇 쇼에 출연해서 미래 우주여행에서 혁신을 불러일으킬 솔라 세일(Solar Sail)을 대중에게 소개했습니다. 바람을 이용하는 범선처럼 태양 빛을 받아 이동하는 솔라 세일은 연료를 탑재할 필요가 없어서 몇 년이고 계속해서 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물론 바람과는 달리 태양 에너지는 단위 면적당 힘이 매우 약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태양 빛의 압력을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주 공간에서는 마찰이 없기 때문에, 계속 힘을 가하면 속도가 점점 빨라집니다. 결국, 연료가 없어도 속도가 점차 빨라져 먼 우주로 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칼 세이건을 비롯한 여러 과학자는 솔라 세일의 잠재력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당시 기술로는 이를 현실화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단위 면적당 받는 힘이 매우 적다 보니 아주 얇고 가벼운 솔라 세일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엄청나게 넓으면서 극도로 얇고 가볍지만 튼튼한 솔라 세일을 만드는 일은 당시 기술로는 불가능했고 최근에 와서야 현실화 될 수 있었습니다.
일본의 탐사선인 이카로스가 2010년 금성 탐사에서 이를 성공적으로 사용했고 나사의 나노세일 D2 역시 저 지구궤도에서 성공적으로 테스트를 마쳤다는 것은 이전에도 소개드린 바 있습니다.
참고
솔라 세일로 최초로 행성간 여행에 성공한 우주선 - JAXA 의 IKAROS -
SLS에 다른 미니 우주선 탑재하기
그런데 여기에 민간단체가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바로 1980년 칼 세이건의 주도로 설립된 행성 협회(The Planetary Society)입니다.
행성 협회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세상을 탐구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며 다른 곳의 생명을 찾아내도록 하자(To inspire the people of Earth to explore other worlds, understand our own, and seek life elsewhere.)"는 목표로 설립된 민간단체로 현재 125개국의 개인과 단체가 참여해서 활발한 우주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현재 협회장인 빌 나이(Bill Nye)는 여러 동료 과학자들과 함께 초대 설립자 중 하나인 칼 세이건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라이트세일(LightSail)이라는 솔라 세일 우주선을 발사할 계획입니다.
물론 행성 협회는 나사 같은 거대한 국가 기관이 아니므로 예산은 매우 작습니다. 프로젝트 전체 예산은 450만 달러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기술 혁신으로 매우 작은 위성이 가능해졌을 뿐 아니라 세계 여러 대학의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고, 나사의 지원까지 받기 때문에 이들의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행성 협회가 개발한 라이트세일 본체는 10X30cm에 불과한 직사각형 모양의 큐브셋(CubeSat)입니다. 그 내부에는 임무 수행에 필요한 기기와 더불어 면적이 32㎡에 달하는 솔라 세일이 담겨 있습니다. 첫 번째 발사는 2015년 5월 20일로 예정되어 있는데, 이 때는 기본 테스트만 진행합니다. 라이트세일이 필요한 고도까지 올라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라이트세일의 진짜 테스트는 2016년 6월경입니다. 이때 발사될 팔콘 헤비 로켓이 라이트세일의 테스트를 위해 필요로 하는 고도 800km 궤도로 쏘아 올릴 수 있기 때문이죠.
(동영상)
만약 40년 전 솔라세일의 모형을 들고나와 대중에게 설명했던 칼 세이건이 이 사실을 안다면 매우 흐뭇하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21세기가 새로운 우주 범선의 시대가 될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지만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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