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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쓰레기는 레이저로 태워버리세요?



(지구 주변의 우주 쓰레기.  Space debris seen from outside geosynchronous orbit (GEO). The two main debris fields are the ring of objects in GEO and the cloud of objects in low Earth orbit (LEO). 출처: 나사)


 현재 지구 주변에는 수많은 우주 쓰레기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인공위성과 그 파편, 그리고 로켓 파편들로써 오래전에는 인간에게 유용한 일을 했지만, 현재는 쓰레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쓰레기들이 아주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조그만 파편이라 할지라도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다는 것이죠. 따라서 만약 다른 인공위성이나 우주 정거장, 우주선에 충돌하면 대단히 위험합니다. 

 이는 상상의 위험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위험입니다. 실제로 우주 왕복선 미션에서 몇 차례 손상을 입은 사례들이 있습니다. 다행히 대형 참사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인류의 유인 미션이 많아질 수록 참사의 위험성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우주 쓰레기와 충돌해서 귀중한 위성을 잃는 위험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우주 왕복선 엔데버에 난 구멍. 정체 불명의 우주 쓰레기 파편에 의한 것. Endeavour had a major impact on its radiator during STS-118. The entry hole is about 1⁄4 inch, and the exit hole is twice as large. 출처 : 나사) 

 지금까지 우주 쓰레기를 없애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왔는데, 일본의 이화학 연구소(Riken)의 과학자들이 현재 골칫거리인 우주 쓰레기를 강력한 레이저로 소각하는 아이디어를 저널 Acta Astronautica에 발표했습니다. 이 역시 우주 쓰레기를 해결하는 방법 가운데 단골로 등장하는 것 중 하나죠. 이전에 소개드렸듯이 물론 포획법 역시 흔한 아이디어 중 하나입니다. 



 레이저를 이용해서 우주 쓰레기를 증발시키거나 혹은 대기권에 빨리 진입하게 만드는 아이디어는 많이 제시되었지만 사실 여러 가지 이유로 한번도 우주에서 검증을 거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연구팀은 기술적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서 지상에서 EUSO 망원경을 이용한 레이저 테스트를 제안했습니다. 이 망원경과 현재 있는 CAN 레이저를 이용하면 1cm 정도의 작은 입자도 궤도에서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만약 여기서 성공하면 더 큰 레이저를 국제 유인 우주 정거장(ISS)에 설치하고 주변 100km 내의 위험한 우주 쓰레기를 제거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궁극의 목표는 극궤도를 도는 대형 레이저 위성입니다. 이 위성은 강력한 망원경과 레이저를 이용해서 우주 정거장과 유인 우주 탐사, 그리고 다른 위성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우주 쓰레기를 제거하게 됩니다. 다만 성공하더라도 우주 쓰레기의 총량은 대략 3,000t에 달하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는 일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다만 이 계획을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기술적, 비용적 문제는 물론이거니와 강력한 궤도 레이저는 무기화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레이저는 쓰레기 소각 이외에 공격용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이 이를 설치하겠다고 나서면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 예상됩니다. 반대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겠죠.

 실제로 1990년대 미 공군은 레이저 빔으로 우주 쓰레기를 처리하는 프로젝트 오리온(Orion)을 추진한 바 있으나 국제 사회의 반발로 인해 실제 우주 테스트까지 진행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미 우주 쓰레기의 밀도가 상당히 위험 수위에 이른 만큼 가까운 시간 내로 우주 쓰레기 제거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에 다시 제안된 것처럼 레이저가 주역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쓰레기를 태워버리는 것은 가장 간단한 해결책이지만, 국가 간의 이해관계가 걸리면 매우 어려운 해결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참고 



 Journal Reference:
  1. Toshikazu Ebisuzaki, Mark N. Quinn, Satoshi Wada, Lech Wiktor Piotrowski, Yoshiyuki Takizawa, Marco Casolino, Mario E. Bertaina, Philippe Gorodetzky, Etienne Parizot, Toshiki Tajima, Remi Soulard, Gerard Mourou. Demonstration designs for the remediation of space debris from the International Space Station. Acta Astronautica, 2015; 112: 102 DOI: 10.1016/j.actaastro.2015.0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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