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말 페루 리마에서 열린 20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20)에서 전세계 196개국은 매우 의미있는 합의를 봤습니다. 그것은 2015년 말로 예정된 21차 당사국 총회전까지 모든 국가가 온실 가스 의무 감축 목표를 제출하기로 합의를 본 것입니다. 미국과 중국처럼 이전에는 매우 미온적으로 반응하던 국가들도 여기에 동참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는 매우 큰 진전이라고 하겠습니다.
이와 같은 진전이 있었던 배경에는 사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일반 대중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 기온 상승의 원인이며, 미래에는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과학적 합의가 매우 높은 수준에 도달해 (일반 대중은 거의 반반 이지만...) 국제 사회가 이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압력을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만약 인위적 온실 가스에 의한 지구 온난화에 이론을 제기하는 과학자가 많다면 이런 합의는 나올 수가 없는 것이죠.
하지만 이것 이외에도 재생 에너지 및 배터리 기술, 그리고 기존의 내연 기관 기술이 크게 진보하면서 실제로 온실 가스 의무 감축에 참여해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에 예측했던 것 보다 훨씬 제한적이라는 것도 큰 이유가 될 것입니다. 실제로 2014년 세계 경제는 3% 정도 성장했지만, 온실 가스 배출은 증가하지 않았는데 이는 기술적인 진보가 큰 이유가 될 것입니다. ( http://jjy0501.blogspot.kr/2015/03/CO2-Emission-stabilized.html 참조)
물론 각 국가별 상황은 천차만별입니다. 일본의 경우 아직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다른 선진국들의 사례를 볼 때 2030년까지 20-30% 사이의 감축 목표를 제시해야만 할 것입니다. 최근 일본 내 언론 및 AFP 연합 통신은 일본의 의무 감축 목표가 25-26% 정도라고 보도했습니다. 진위 여부는 좀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아마도 사실에 거의 근접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유럽의 경우에는 매우 큰 온실 가스 감축 목표를 가지고 있어 1990년 기준 2030년까지 감축 목표가 40%에 달합니다. 미국은 2025년까지 2005년 대비 26-28% 감축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야심찬 계획이 성공하려면 물론 미국내 여러 이해 집단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미국이나 유럽과 보조를 맞추는 수준에서 결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일본이 좀 특수한 경우인 것은 원전 때문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내 원전 폐기에 대한 압력은 매우 높습니다. 이점은 놀라울게 없는 부분이죠. 그런데 2011년 이후 원전 가동률이 감소하면서 일본은 다시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급증했습니다.
(일본 전력 생산에서 다양한 에너지원의 비중. http://en.wikipedia.org/wiki/Energy_in_Japan#/media/File:Electricity_Production_in_Japan.svg)
당연한 이야기지만 일본은 화석 연료를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 경제에 장기적으로 매우 큰 부담이죠. 따라서 일본에서는 지난 몇 년간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 에너지 붐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에 원전을 대체하기 어려운 만큼,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결국 원전을 재가동 시키고 있습니다.
최근 닛케이 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일본 정부는 2005년 기준으로 2030년까지 25% 감축 혹은 2013년 기준으로 26% 감축 두 가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고 합니다. AFP의 보도는 2013년 기준으로 26% 감축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으며 아베 신조 총리가 아마도 2015년 6월말에 이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사실 이 두 가지는 똑같은 이야기지만, 2013년에 앞서 말한 후쿠시마 사태로 화석 연료 사용량이 늘어났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삼으면 수치상 유럽이나 미국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수 있음)
여러 가지 제반 조건을 고려하면 일본이 재생 에너지 비중을 크게 늘릴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수 없습니다. 일단 기술적 발전으로 태양광 및 풍력 발전 단가가 (특히 태양광은 앞으로 더 낮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음) 낮아졌는데다 원전에 대한 반대가 심하고 화석 연료는 거의 대부분 수입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일본은 2030년까지 전력 생산에서 원전 비중을 20-22%로 유지하면서 신재생 에너지를 22-24% 정도로 늘리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원전 비중을 그대로 유지하지 않으면 신재생 에너지를 목표만큼 늘리더라도 사실상 26% 감축 목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원전에 대한 찬반 여론은 한동안 일본에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원전 자체에 대해서 반대는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일본처럼 지진대에 속한 국가가 반드시 원전을 유지해야 하는가는 또 다른 문제가 되겠죠. 앞으로 일본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1) 정부안 대로 원전/신재생 에너지를 대략 20% 비중으로 유지
2) 원전을 폐기하고 온실 가스 의무 감축 비중을 26% 보다 낮춘다
3) 원전을 폐기하고 온실 가스 의무 감축 비중도 유지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에 더 많은 투자를 한다.
를 적당하게 혼합한 것이 될 것입니다. 3)의 경우 가장 친환경적이고 안전해 보이지만 비용이 너무 막대하게 든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1)의 경우 가장 국제적으로 무난하지만 일본 내에서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연 일본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궁금합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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