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주변의 바다에는 두꺼운 얼음인 빙붕(Ice Shelf)이 존재합니다. 남극 대륙의 빙하와 연결된 빙붕은 두계 수백미터의 두꺼운 얼음이 바다위에 존재하는 것으로써 남극의 차가운 기온과 남극 대륙에서 흘러나오는 빙하에 의해 그 질량을 유지합니다. 따라서 온도가 오르면 이 빙붕은 사라질 수 밖에 없는데, 불행히 최근 남극 대륙의 기온은 지구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상승중에 있습니다.
특히 이 중에서도 연구자들에 의해 지구 온난화의 핫 스팟(hotspot of global warming)이라고 불리는 지역은 남극 반도의 라르센 B 빙붕입니다. 남극 반도는 남극대륙에서 밖으로 툭 튀어나온 독특한 지형 때문에 특히 온도 상승이 빠른 지역입니다. 그리고 라르센 빙붕은 그 영향 아래 놓여 있습니다.
라르센 빙붕은 1893년 같은 이름의 탐험가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는데 크기가 작은 순으로 라르센 A/B/C 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라르센 A는 1995년 이미 산산조각났고 라르센 B는 2002년 1월 3250㎢에 달하는 면적이 순식간에 붕괴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빙붕은 적어도 1만년 이상 안정적으로 존재했기 때문이죠.
(라르센 B 빙붕의 위성사진. 2005년까지 빙산의 파편화 되는 모습을 담음. Jesse Allen and Robert Simmon - NASA Earth Observatory)
(라르센 B 빙붕의 후퇴. Credit : NASA)
2002년의 붕괴 이후 1/3 정도 남은 라르센 B 빙붕의 일부분은 아직까지 잘 버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나사의 제트 추진 연구소의 알라 카젠다(Ala Khazendar of NASA's Jet Propulsion Laboratory (JPL))가 이끄는 연구팀은 나사의 항공 관측 프로젝트인 아이스브릿지 작전과 위성 관측 자료를 이용해서 남은 라르센 B 빙붕도 가까운 시일내로 붕괴될 것이라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저널 Earth and Planetary Science Letters에 발표했습니다. 이들의 표현에 의하면 이제 이 빙붕은 최종장(Final Act)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동영상)
라르센 B 빙붕에서 현재 남은 면적은 약 1600㎢ 이며 아직도 두께가 최대 500미터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빙붕의 남은 부분 역시 상당히 불안정해지고 있습니다. 한 가지 다행한 일은 이 거대한 빙붕이 다 녹아도 해수면은 상승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물위에 뜬 얼음이기 때문이죠. 마치 컵안에 든 얼음물 처럼 여기있는 얼음이 다 녹더라도 물이 넘치는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좋지 않은 소식도 같이 있습니다. 연구팀은 라르센 B 빙붕으로 흘러들어가는 주요 빙하인 Leppard 와 Flask 두 빙하가 흐르는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바다로 흘러드는 것을 막는 마개 역할을 하는 라르센 빙붕이 붕괴되고 있기 때문이죠. 이 두 빙하는 두께가 20 - 22 미터 정도 더 얇아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빙하의 속도가 빨라지면 결국 남극 대륙의 빙하가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속도가 빨라지게 됩니다. 이것은 해수면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좋지 않은 뉴스라고 하겠습니다. 컵에 든 얼음물에 비유하면 얼음을 더 집어넣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일이죠.
과학자들은 현재 해수면이 상승 중이고 미래에는 상승 속도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빠른 속도로 상승할 것인지는 약간 불확실한 부분들이 존재합니다. 정확한 예측과 대응을 위해서는 역시 남극과 그린란드처럼 빙하가 많은 지역의 연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연구 역시 그런 연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연구가 해수면 상승과 극지 빙하의 붕괴를 막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의 인식과 행동 변화가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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