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와 의외로 밀접한 연관이 있는 장기가 소화기계입니다. 인간의 뇌는 공복 상태인지 혹은 식사를 마친 상태인지에 따라 다르게 반응합니다. 배고프면 음식을 찾고 많이 먹은 후 에는 소화시키기 위해 휴식을 취합니다. 사실 우리가 매일 일상생활에서 겪는 일이지만, 그래도 많은 신경이 위장관에 분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과학자들은 동물의 행동과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뇌와 장(gut)의 연관성을 연구해왔습니다. 독일 본 대학의 마이클 판크레츠(Michael Pankratz, from the Life and Medical Sciences Institute (LIMES) at the University of Bonn)가 이끄는 연구팀은 인간보다 훨씬 간단하지만, 그래도 장과 뇌가 매우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동물인 초파리를 연구했습니다.
복잡한 신경과 뇌를 지닌 인간을 대상으로 이런 저런 실험을 하긴 어렵기 때문에 연구팀은 사실 초파리보다 더 단순한 초파리 유충을 실험 모델로 삼았습니다. 소화기계를 조절하는 일은 이런 작고 단순한 생명체에서도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기능이기 때문에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한 것입니다. 연구팀이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은 소화기계 가운데서도 처음 음식이 통과하는 통로인 식도입니다.
식도는 사실 큰 기능이 없는 단순 통로로 여겨지지만, 처음 음식이 통과하는 과정에서 뇌가 바로 반응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얻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연구팀은 1만개에서 1.5만개에 불과한 뉴런을 지닌 초파리 유충과 식도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해 이 작은 생물을 수천개의 슬라이드로 잘라 상세히 분석했습니다.
연구 결과 초파리 유충은 영양분이 충분한 음식을 섭취하면 뇌에 연결된 뉴런에서 세로토닌을 분비해 식욕을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양가 높은 음식을 먹었을 때 기분이 좋게 만들어서 더 많은 음식을 섭취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반면 식도에 있는 신경이 영양가가 별로 없는 음식을 감지하면, 세로토닌을 분비하지 않아 더 먹지 않도록 유도합니다.
이런 반응이 인간이나 다른 포유류에서도 나타나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연구팀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간의 식도에도 사실 많은 신경이 분포해 있으며 어떤 음식을 먹는지 감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다만 살아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는 만큼 포유류 동물 모델을 통해 이를 검증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고등동물에서 식도와 뇌가 연결되어 있다는 주장보다 신경이 몇 개 안되는 초파리 유충에도 이런 조절 기능이 있다는 사실이 더 놀라운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health-wellbeing/esophagus-brain-serotonin-swallowing/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960982224011370?via%3Dih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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