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한다는 발표 이후 반도체 산업 전체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한 때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이었고 미세 공정에서 모든 기업을 앞섰던 인텔이지만, 10nm 공정에서 큰 실수를 한 후 이를 회복하지 못하고 그대로 TSMC에게 1위 자리를 내줬고 최근에는 주력 모바일 프로세서인 루나 레이크와 데스크톱 프로세서인 애로우 레이크 모두 TSMC에게 외주를 주는 충격적인 모습까지 보이면서 AMD처럼 팹리스 기업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인텔은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TSMC보다 뒤처진 미세 공정과 생산 능력, 그리고 지난 2분기 공개한 막대한 손실 때문에 점점 관련 루머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파운드리 분사의 목적은 아마도 독립 상장을 통한 추가 자금 유입이 목표이겠지만, 인텔 파운드리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이마저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 와중에 인텔에 기댈 곳은 사실 미국 정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텔은 미국내에서 반도체의 설계와 생산을 동시에 하는 유일한 기업인 만큼 국가 안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팻 겔싱어 CEO가 여러 가지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을 때 미국 정부는 85억 달러의 막대한 비용을 제공해 미국 내 여러 곳에 새로운 공장을 세울 수 있게 도와줬습니다.
하지만 최근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인텔은 눈물을 머금고 독일 등 해외 공장 건설을 일단 연기했습니다. 오하이오와 애리조나 중 미국내 공장은 연기는 하되 포기는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미 받은 돈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성공시켜야 하는 상황입니다. 인텔이 사실상 다른 미세 공정을 포기하고 18A에 집중하기로 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어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국방부는 시큐어 엔클레이브(Secure Enclave) 프로그램을 통해 인텔에 30억 달러의 자금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국방부가 필요로 하는 군용 반도체를 공급하는 댓가로 자금을 지원받아 현재 건설 중인 팹에 투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전에 반도체 법으로 받은 85억 달러는 별개입니다.
다만 이런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아 건설한 18A가 기대한 만큼 수율과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 후폭풍은 엄청날 것입니다. 인텔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치명상을 입고 결국 팹리스 회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인텔의 위상을 생각하면 상상하기 힘든 일인데,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영원한 강자가 없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인텔의 부진은 결국 TSMC의 독점 강화로 이어지는 만큼 인텔의 선전을 기대해 봅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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