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살아있는 박테리아로 만든 생분해성 플라스틱

 


(Plastics are widely used but difficult to degrade, posing an ecological challenge. A team from SIAT developed degradable "living plastics" using synthetic biology and polymer engineering. They engineered Bacillus subtilis spores to produce Burkholderia cepacia lipase (BC-lipase), an enzyme that breaks down plastic. These spores were mixed with poly(caprolactone) (PCL) to create the plastics, maintaining the material's physical properties. When the plastic surface is eroded, the spores release the enzyme, leading to nearly complete breakdown of the plastic. Credit: Dai Zhuojun)




(The spores were resilient to environmental perturbations. Credit: Nature Chemical Biology (2024). DOI: 10.1038/s41589-024-01713-2,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9-024-01713-2)

플라스틱은 편리한 소재이지만, 갈수록 사용량이 늘어나고 쓰레기도 따라서 늘어나면서 골칫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가볍고 튼튼하고 가공하기 쉬운 대신 금속처럼 녹여서 회수하기 힘들고 쉽게 썩지 않아 환경 오염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버리는 쓰레기 없이 완전히 수거하면 적어도 토양이나 물을 오염시키지 않겠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일회용품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고 있어 현재도 바다와 땅에 막대한 양의 쓰레기가 쌓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환경으로 유출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작은 미세 플라스틱으로 조각나 먹이 사슬을 통해 다시 우리에게 오고 있습니다.

중국 과학원, 선전 고등기술 연구소 (Shenzhen Institute of Advanced Technology (SIAT), Chinese Academy of Sciences (CAS))의 과학자들은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박테리아를 이용해 스스로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개발했습니다.

연구팀은 박테리아들이 주변 환경이 좋지 않을 때 포자 (spore)를 만들어 스스로를 보호한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포자 안에 들어 있는 박테리아들은 높거나 낮은 온도, 화학 물질 등 악조건에서 잘 버틸 수 있습니다. 일부 박테리아 포자는 플라스틱 성형 과정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플라스틱에 넣을 세균으로 일반적으로 비병원성인 토양 세균인 고초균 (Bacillus subtilis )을 선택했습니다. 이 고초균에 플라스틱 분해 효소인 lipase BC 유전자를 삽입한 후 중금속 이온으로 자극을 주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포자를 형성합니다. 그리고 이 포자를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카프로락톤 (poly (caprolactone) (PCL)) 소재와 혼합했습니다.

PCL은 낮은 온도와 압력에서도 성형이 가능하기 때문에 박테리아 포자가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자연 상태에서도 생분해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환경에서는 생각보다 빠르게 분해가 일어나지 않아 여전히 오염의 위험성이 있습니다.

연구팀은 박테리아 포자를 심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같은 조건에서 일반 PCL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데 55일 정도 걸린다면 박테리아 포자를 혼합한 경우에는 절반인 25-30일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렇다면 내구성이 좋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을 수 있는데, 이 박테리아 포자는 안전성 상태에서는 깨어나지 않고 화학 물질로 자극을 주거나 혹은 플라스틱이 손상되었을 때 깨어납니다. 예를 들어 포장 플라스틱의 경우 포장을 뜯을 때나 혹은 외부 자극에 의해 조각이 나서 미세 플라스틱이 되었을 때 박테리아가 깨어나 빠르게 분해하는 원리입니다.

다만 이런 과정이 실험실에서처럼 실제 환경에서도 그대로 일어날지는 더 검증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감당할 수 있는지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생분해를 넘어 살아 있는 플라스틱을 만든다는 아이디어는 참신하지만, 실제 응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는 더 기다려봐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4-08-plastics-solution-plastic-degradation-synthetic.html

https://newatlas.com/bacterial-spores-degradable-living-plastic/

Tang, C. et al. Degradable living plastics programmed by engineered spores, Nature Chemical Biology (2024). DOI: 10.1038/s41589-024-01713-2. www.nature.com/articles/s41589-024-01713-2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