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코로나 19 팬데믹이 절정에 다다른 상황이지만, 인류를 위협하는 감염병은 바이러스만이 아닙니다. 항생제 내성균 문제는 21세기 의학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으로 코로나 19 이상으로 많은 희생자를 만들 수 있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세균이 내성을 진화시키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해야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항생제 개발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늘어나면서 점점 세균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박테리아를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를 새로운 치료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박테리오파지 역시 인체 면역 시스템에서 침입자로 분류해 공격할 수 있고 정확히 병변 부위를 공격하기 어려울 수 있어 임상에서 널리 쓰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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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모나쉬 대학의 연구팀은 박테리오파지(파지) 단독이 아니라 항생제와 함께 사용했을 때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은 다제 내성균 중 하나로 문제를 일으키는 아시네박터 (Acinetobacter baumannii)를 숙주로 삼는 파지를 분리했습니다. 하지만 박테리아는 이 파지에 대해서도 역시 내성을 키워 (박테리아 입장에서는 면역) 이겨냈습니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A. baumannii가 자신을 보호하는 외피를 벗어던지고 파지에 대한 면역을 획득한다는 것입니다. 박테리아의 캡슐은 항생제를 비롯한 해로운 외부 요인을 방어하는 수단이지만, 파지가 달라붙는 목표가 되므로 이를 포기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항생제를 방어할 수단이 사라집니다. 연구팀은 파지에 노출된 A. baumannii가 항생제 내성을 잃어버리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항생제와 파지 병합 요법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입니다.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한 세균 감염 치료는 오랜 연구가 이뤄진 분야이지만, 아직 성과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고 바이러스를 인류에게 유용하게 사용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medical/superbugs-bacteriophage-therapy-antibiotic-resistance/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4-020-008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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