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ull pieces of Paludirex vincenti. Credit: Jorgo Ristevski)
인류가 호주에 도착한 5만 년 전 이 대륙에는 매우 독특한 생태계가 펼쳐져 있습니다. 다른 대륙의 거대 태반 포유류를 대신하는 대형 초식 유대류와 이들을 사냥하는 육식 유대류, 그리고 현생 코모도 왕도마뱀의 친척이면서 이보다 더 거대한 도마뱀이었던 메갈라니아가 대륙을 활보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사람보다 더 거대한 새도 있었습니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제 책인 포식자에서 소개한 바 있습니다.
책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347200
하지만 당시 호주에 지금은 완전히 사라진 부류의 동물만 살았던 것은 아닙니다. 물과 육지를 건널 수 있는 악어는 당시에도 호주 대륙의 최상위 포식자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호주 퀸즐랜드 대학의 조르고 리베테프스키 (Jorgo Ristevski)와 그 동료들은 수백만 년 전 호주에 살았던 거대 악어의 화석을 조사해 새로운 신종 화석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화석은 본래 개인 화석 수집가인 제프 빈센트 (Geoff Vincent)가 1980년대 발견한 것으로 2011년까지 퀸즐랜드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가 이후 이 화석이 발견된 지역인 친칠라의 친칠라 박물관 (Chinchilla Museum)에 기증되었습니다. 화석은 조각 난 악어 두개골 화석인데, 이를 분석한 연구팀은 이 화석의 주인공이 최소 몸길이 5m 이상의 대형 악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늪지의 왕(swamp king)이라는 뜻의 속명을 지닌 팔루디렉스 빈센티 (Paludirex vincenti)는 두개골의 길이만 65cm으로 현생 악어 중 가장 대형종인 바다 악어 (saltwater crocodile (Crocodylus porosus))와 맞먹는 크기입니다. 바다 악어 중 가장 큰 개체는 몸길이가 6m 이상 몸무게 1톤 이상인데, 팔루디렉스는 좌우로 더 크기 때문에 아마도 더 근육질에 몸무게는 더 나갔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구팀은 팔루디렉스가 스테로이드를 맞은 바다 악어 같은 모양이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팔루디렉스의 크기는 당시 호주 최상위 파충류였던 메갈라니아와 견줄 만한 크기였을 것입니다. 이 대륙에서는 파충류가 최상위 포식자 자리를 두고 경쟁했을 가능성이 큰 것입니다. 물론 팔루디렉스는 물과 습지대에 살았고 메갈라니아는 건조한 지상에서 살았기 때문에 생태학적으로는 경쟁을 피하는 관계였겠지만, 그래도 당대 최상위 포식자가 모두 대형 파충류라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그전에 책에도 썼지만, 인류가 처음 도착하던 시점의 호주 대륙은 독자적으로 진화한 독특한 생물들이 자신만의 생태계를 이루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인류 도착 이후 생물학적 다양성이 급격히 감소하고 대형 동물들이 대규모로 사라지게 됩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지만, 도구를 든 인간이 생태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0-12-crikey-massive-prehistoric-croc-emerges.html
Jorgo Ristevski et al, Australia's prehistoric 'swamp king': revision of the Plio-Pleistocene crocodylian genus Pallimnarchus de Vis, 1886, PeerJ (2020). DOI: 10.7717/peerj.10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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