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ocodiles have had a much greater diversity of forms in the past. Examples include fast runners, digging and burrowing forms, herbivores, and ocean-going species. Credit: University of Bristol)
악어의 조상은 수억 년 전 등장했습니다. 지배 파충류 무리에서 공룡과 일찍이 분리된 후 이미 2억 년 전에는 현재와 거의 흡사한 형태의 악어가 등장했습니다. 악어는 백악기 말 대멸종을 포함해 여러 차례의 위기를 넘기면서 번성했지만, 현생종은 25종에 불과합니다. 나중에 등장한 조류나 비슷한 시기에 갈라진 그룹인 도마뱀류가 다양하게 적응방산한 것과 다르게 악어는 수억 년 간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브리스톨 대학의 막스 스톡데일 박사 (Dr. Max Stockdale from the University of Bristol's School of Geographical Sciences)는 악어가 오랜 세월 그 형태를 유지한 이유에 대해서 연구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사실 악어라고 해서 다양화를 위한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 책인 포식자에서 설명한 것처럼 초식 동물로 변신을 시도한 아에토사우루스 (Aetosaur) 같은 경우나 수각류 공룡처럼 두 발로 걷는 육식 동물로 진화한 포스토수쿠스 (Postosuchus) 같은 사례들이 이미 트라이아스기에 나타났습니다.
책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347200
책에서는 소개하지 않았지만, 사실 중생대에 모사사우루스처럼 해양 파충류로 전직한 바다 악어도 존재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적응 방산은 환경 변화에 따라서 일어났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났고 유일하게 성공한 방식이 현생 악어와 같은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속에서 먹이를 기습하는 방식은 적은 에너지로 높은 성공률을 보장하는 사냥 방식인데, 이 분야에 워낙 특화된 악어가 있어 다른 동물이 이 생태학적 지위를 대신 차지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항상 비슷한 환경에서 적응해 살았던 악어류만 지금까지 후손을 남겼기 때문에 악어는 수억 년 간 형태가 크게 변하지 않고 남았던 것입니다.
이렇게 느린 진화를 설명하는 이론 중 하나가 바로 단속평형설 (punctuated equilibrium)입니다. 고생물학자 스티븐 J 굴드 등이 주장해서 널리 알려진 이론으로 고전적인 다윈 이론처럼 진화의 속도가 일정한 것이 아니라 장기간 정체되어 있다가 갑작스럽게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이 이론은 오랜 세월 형태가 변하지 않는 생물이 존재한다는 것과 중간 단계에 있는 생물 화석을 연속적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단속평형설: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978316&cid=60248&categoryId=60248
악어류의 경우에도 환경이 바뀌면 급속한 진화가 일어났지만, 결국 다 실패하고 오랜 세월 기존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지금까지 진화했습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이야기는 악어류의 역사에서 가장 잘 맞는 속담일 것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1-01-crocodiles-age-dinosaurs.html
"Environmental Drivers of Body Size Evolution in Crocodile-Line Archosaurs" Dr Maximilian T. Stockdale and Professor Michael J. Benton, Nature Communications Biology,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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