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올빼미 공룡? 슈부이아는 밤에 사냥했다?



 (Shuvuuia deserti artist's reconstruction. Credit: Viktor Radermaker)




(Prof. Jonah Choiniere holding a 3D printed model of the lagena of Shuvuuia deserti. Credit: Wits University)



 많은 생물들이 살아남기 위해 생태계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입니다. 그런데 사실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이 성공 비결은 아닙니다. 경쟁을 피해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성공을 거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주로 밤에 사냥하면 낮에 사냥하는 다른 포식자와 경쟁을 피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육식동물이 밤에 사냥하지만, 조류는 예외입니다. 



 대부분의 조류는 낮에 사냥하는데, 아무래도 비행이라는 행위 자체가 충돌 위험성이 큰 만큼 야간 비행은 위험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올빼미처럼 밤에 사냥하는 조류는 소수에 불과합니다. 밤 하늘은 초음파를 사용하는 박쥐의 주 무대입니다. 그런데 새와 가장 가까운 수각류 공룡은 어땠을까요?



 남아프리카 공화국 비트바테르스란트대학교의 요나 코이니어 (Jonah Choiniere from the University of Witwatersrand)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수각류 공룡과 현생 조류 100종의 두개골 CT 스캔 결과를 분석해서 내이(inner ear)와 눈의 크기를 조사했습니다. 밤에 사냥하는 조류는 저조도 환경에서 많은 빛을 모으기 위해 눈이 커지고 청각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기 때문에 내이 가운데 라제나 (lagena, 포유류의 와우관에 해당)이 길어지는 변화가 일어납니다. 



 분석 결과 영화 쥐라기 공원과는 달리 티라노사우루스과나 드로마에오사우루스과 공룡들은 주로 낮 시간대에 사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밤에도 좋은 기회가 있다면 사냥을 피하진 않았겠지만, 밤 눈이 별로 밝지도 않고 귀도 평균보다 좀 좋은 정도여서 주로는 낮에 사냥했을 것입니다. 



 연구팀은 전혀 예상치 않았던 한 소형 수각류에서 야행성의 증거를 찾아냈습니다. 바로 칠면조나 닭 크기 소형 수각류인 슈부이아 (Shuvuuia)입니다. 몽골어로 사막 새라는 뜻의 슈부이아는 7500만년 전 몽골 지역에서 살던 소형 수각류로 긴 뒷다리와 매우 독특하게 생긴 하나의 손가락을 지녔으며 전체 외형은 날지 못하는 새처럼 생긴 이상한 공룡이었습니다. 



 슈부이아의 공막 고리뼈 (scleral ring, 눈을 지지하는 뼈)를 분석한 결과 이 공룡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 중 몸 크기에 비해 가장 큰 동공을 지녔음을 확인했습니다. 또 라제나의 크기는 뭔가 오류가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길었습니다. 다시 말해 슈부이아는 밤 눈이 매우 좋고 귀도 대단히 좋아서 밤에 사냥하는데 유리했습니다. 로드러너 같은 긴 뒷다리와 굴을 파는데 적합한 앞다리를 종합하면 슈부이아는 밤에 곤충이나 작은 동물을 빠르게 추적해 사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야행성 공룡이 존재했다는 것은 공룡의 다양성을 생각했을 때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많은 공룡들이 경쟁을 피해 다양한 생태학적 위치를 차지했을 것입니다. 야행성에 특화된 올빼미 같은 공룡이 없었다면 사실 더 놀라운 일일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복원도만 보면 지금까지 본 공룡 가운데서 가장 못생긴 축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정말 저렇게 만들다 만 것처럼 생겼을까 하는 의구심도 생깁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1-05-shuvuuia-dinosaur-dark.html


J.N. Choiniere el al., "Evolution of vision and hearing modalities in theropod dinosaurs ," Science (2021). science.sciencemag.org/cgi/doi … 1126/science.abe7941


https://en.wikipedia.org/wiki/Shuvuuia



댓글

  1. 슈부이아는 그림만 봐서는 귀여운 것도 같네요. 사냥의 레드 오션을 피해 블루 오션을 개척한 선구안을 가진 공룡이군요. 잘 읽었습니다.

    답글삭제

댓글 쓰기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