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코로나 19 감염이 심각한 폐 손상을 일으키는 기전


 

(Novel Coronavirus SARS-CoV-2 Transmission electron micrograph of SARS-CoV-2 virus particles, isolated from a patient. Image captured and color-enhanced at the NIAID Integrated Research Facility (IRF) in Fort Detrick, Maryland. Credit: 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s, NIH)



 콜롬비아 대학 어빙 메디컬 센터의 벤자민 이자르 (Benjamin Izar, MD, Ph.D) 교수가 이끄는 콜롬비아 대학 및 미국 내 여러 기관 (코넬 대학, MIT, 하버드 대학)의 합동 연구팀이 중증 코로나 19가 어떻게 심각한 폐손상을 유발해서 영구적인 손상이나 사망에 이르게 하는지를 밝혀냈습니다. 



 중증 코로나 19 폐렴은 SARS-CoV-2 바이러스의 폐손상에서 시작해서 결국 잘못된 면역 반응에 의한 중증 폐손상 및 섬유화를 가져오게 되고 이로 인해 바이러스가 사라진 이후에도 영구적인 폐섬유화와 손상을 가져올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중증 코로나 19 감염에서 사망률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덱사메타손 같은 면역 억제제 치료 뿐입니다. 



 연구팀은 코로나 19로 사망한 지 몇 시간 이내의 환자들을 부검해 폐 조직 샘플을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이유로 사망한 정상 폐조직 부검 조직과 비교했습니다. 조직 단위는 물론 세포 단위로도 하나 하나씩 비교한 결과 중증 코로나 19 환자의 폐 손상 기전을 좀 더 상세히 분석할 수 있었습니다. 



 중증 코로나 19 감염에서 나타나는 폐 조직의 특징은 비정상적인 대식세포 (macrophage) 증식입니다. 이 과정에 관여하는 사이토카인이 IL-1beta로 연구팀은 중증 코로나 19 환자에서 중요한 치료 목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폐렴에서는 IL-6 분비가 많은 반면 코로나 19에서는 IL-1 베타가 비정상적으로 분비되면서 대식세포가 과다 증식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물론 대식세포를 비롯한 면역 세포는 정상적인 면역 반응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균형이 깨지면 오히려 면역 반응이 더 큰 손상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IL-1 베타 억제를 통해 이 균형을 되찾을 수 있다면 과도한 면역 억제제 사용을 줄이고 필요한 부분만 적절히 조절하는 핀셋 치료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IL-1b는 폐 손상을 복구하는 조직의 정상 반응도 억제하기 때문에 감염 후 폐 회복 및 영구적인 손상 방지를 위해서도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 19 폐 조직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특징은 병리학적 섬유아세포 (pathological fibroblasts) 증식입니다. 섬유아세포 증식은 조직의 섬유화를 일으켜 결국 코로나 19에서 치료되더라도 정상적인 폐조직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섬유조직으로 대체되게 됩니다. 폐 손상과 기능 상실이 영구적으로 남게 되는 것입니다. 이미 폐 기능이 많이 떨어진 노인이나 만성 폐질환 환자는 더 기능이 떨어지고 지금은 괜찮은 젊고 건강한 환자라도 나중에 나이가 들면 관련된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역시 과도한 면역 반응과 연관성이 있을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2019년 말부터 지금까지 코로나 19에 대한 많은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이 신종 전염병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갈 길이 먼 상태입니다. 이번 연구는 IL-1b라는 새로운 치료 목표를 시사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 IL-1b를 타겟으로 한 치료가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참고 



https://medicalxpress.com/news/2021-04-cell-atlas-covid-lungs-reveals.html


ohannes C. Melms et al, A molecular single-cell lung atlas of lethal COVID-19, Nature (2021). DOI: 10.1038/s41586-021-03569-1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