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mage shows two massive black holes in the OJ 287 galaxy. The smaller black hole orbits the larger one, which is also surrounded by a disk of gas. When the smaller black hole crashes through the disk, it produces a flare brighter than 1 trillion stars. Credit: NASA/JPL-Caltech)
지구에서 35억 광년 떨어진 은하인 OJ 287는 태양 질량의 180억 배에 달하는 거대 질량 블랙홀을 지녀 역대 가장 큰 블랙홀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블랙홀의 독특한 점은 질량만이 아닙니다. 이거대 질량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1500만 배에 달하는 더 작은 거대 질량 블랙홀을 위성으로 두고 있습니다. 우리 은하 중심 블랙홀의 질량이 태양 질량의 400만 배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크지만, 그럼에도 중심 블랙홀의 0.1%에 불과한 질량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블랙홀은 12년 주기로 중심 블랙홀 주변을 공전합니다.
그런데 작은 블랙홀의 공전 궤도는 매우 독특할 뿐 아니라 불규칙합니다. 대략 12년 주기인 건 분명한데, 원궤도도 아니고 타원궤도도 아닌 육상 경기장 트랙 같은 궤도를 조금씩 돌면서 공전합니다. 그 이유는 중력파에 의한 간섭과 거대 질량 블랙홀 주변의 거대 가스 디스크 때문입니다. 작은 블랙홀은 12년에 두 번씩 디스크에 충돌하면서 막대한 물질을 흡수하는데, 이 때 나오는 에너지는 우리 은하계 전체에서 나오는 에너지보다 훨씬 큽니다. 따라서 35억 광년 떨어진 위치에서도 관측이 가능합니다. 참고로 이렇게 급격한 에너지 방출은 플레어(flare)라고 부릅니다.
과학자들은 이 독특한 블랙홀 쌍성계의 공전 예측 모델을 만들어 정확한 플레어 발생 시기를 예측해왔습니다. 인도 몸바이에 있는 타타 기초 과학 연구소의 란케스와르 데이(Lankeswar Dey, a graduate student at the Tata Institute of Fundamental Research in Mumbai, India,)는 이 블랙홀 쌍성계의 매우 정확한 예측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2019년으로 예정된 플레어는 지상의 망원경으로 관측이 어려웠습니다. 하필 방향이 태양에 가리기 때문입니다. 이를 상세히 관측할 수 있는 망원경은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스피처 우주 망원경 뿐이었습니다.
2020년 1월에 은퇴하기 직전인 2019년 7월 31일에 스피처 우주 망원경은 예측된 플레어를 정확히 관측했습니다. 이번에는 예측 정확도가 4시간 정도로 크게 향상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예측 모델을 통해 블랙홀에는 털이 없다 (no hair theorem)는 이론과 상대성 이론의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었습니다.
(Credit: NASA/JPL/Abhimanyu Susobhanan (Tata Institute of Fundamental Research) )
블랙홀에는 털이 없다는 용어는 블랙홀 연구의 개척자 중 하나인 고 스티븐 호킹 박사 때부터 나온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블랙홀이 정확한 경계는 없지만, 사상의 지평면이 매우 균일한 좌우 대칭 원형 구조로 튀어나온 부분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포함해 OJ 287은 여러 가지 물리학, 블랙홀 이론을 검증하는 토대로 과학자들의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우주에서 가장 독특한 블랙홀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참고
Seppo Laine et al. Spitzer Observations of the Predicted Eddington Flare from Blazar OJ 287, The Astrophysical Journal (2020). DOI: 10.3847/2041-8213/ab79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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