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1028 - 미스터리 초거대 질량 블랙홀 쌍성계


(This image shows two massive black holes in the OJ 287 galaxy. The smaller black hole orbits the larger one, which is also surrounded by a disk of gas. When the smaller black hole crashes through the disk, it produces a flare brighter than 1 trillion stars. Credit: NASA/JPL-Caltech)


 지구에서 35억 광년 떨어진 은하인 OJ 287는 태양 질량의 180억 배에 달하는 거대 질량 블랙홀을 지녀 역대 가장 큰 블랙홀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블랙홀의 독특한 점은 질량만이 아닙니다. 이거대 질량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1500만 배에 달하는 더 작은 거대 질량 블랙홀을 위성으로 두고 있습니다. 우리 은하 중심 블랙홀의 질량이 태양 질량의 400만 배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크지만, 그럼에도 중심 블랙홀의 0.1%에 불과한 질량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블랙홀은 12년 주기로 중심 블랙홀 주변을 공전합니다. 


 그런데 작은 블랙홀의 공전 궤도는 매우 독특할 뿐 아니라 불규칙합니다. 대략 12년 주기인 건 분명한데, 원궤도도 아니고 타원궤도도 아닌 육상 경기장 트랙 같은 궤도를 조금씩 돌면서 공전합니다. 그 이유는 중력파에 의한 간섭과 거대 질량 블랙홀 주변의 거대 가스 디스크 때문입니다. 작은 블랙홀은 12년에 두 번씩 디스크에 충돌하면서 막대한 물질을 흡수하는데, 이 때 나오는 에너지는 우리 은하계 전체에서 나오는 에너지보다 훨씬 큽니다. 따라서 35억 광년 떨어진 위치에서도 관측이 가능합니다. 참고로 이렇게 급격한 에너지 방출은 플레어(flare)라고 부릅니다. 


 과학자들은 이 독특한 블랙홀 쌍성계의 공전 예측 모델을 만들어 정확한 플레어 발생 시기를 예측해왔습니다. 인도 몸바이에 있는 타타 기초 과학 연구소의 란케스와르 데이(Lankeswar Dey, a graduate student at the Tata Institute of Fundamental Research in Mumbai, India,)는 이 블랙홀 쌍성계의 매우 정확한 예측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2019년으로 예정된 플레어는 지상의 망원경으로 관측이 어려웠습니다. 하필 방향이 태양에 가리기 때문입니다. 이를 상세히 관측할 수 있는 망원경은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스피처 우주 망원경 뿐이었습니다. 


 2020년 1월에 은퇴하기 직전인 2019년 7월 31일에 스피처 우주 망원경은 예측된 플레어를 정확히 관측했습니다. 이번에는 예측 정확도가 4시간 정도로 크게 향상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예측 모델을 통해 블랙홀에는 털이 없다 (no hair theorem)는 이론과 상대성 이론의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었습니다. 




(Credit: NASA/JPL/Abhimanyu Susobhanan (Tata Institute of Fundamental Research) )


 블랙홀에는 털이 없다는 용어는 블랙홀 연구의 개척자 중 하나인 고 스티븐 호킹 박사 때부터 나온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블랙홀이 정확한 경계는 없지만, 사상의 지평면이 매우 균일한 좌우 대칭 원형 구조로 튀어나온 부분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포함해 OJ 287은 여러 가지 물리학, 블랙홀 이론을 검증하는 토대로 과학자들의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우주에서 가장 독특한 블랙홀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참고 


 Seppo Laine et al. Spitzer Observations of the Predicted Eddington Flare from Blazar OJ 287, The Astrophysical Journal (2020). DOI: 10.3847/2041-8213/ab79a4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