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는 말라리아를 비롯한 여러 질병을 옮기지 않아도 없어졌으면 하는 여름철 불청객입니다. 피만 빨아먹는 단계에서는 귀찮은 존재이지만, 질병까지 옮기면 사실 인간으로썬 확실하게 박멸하고 싶은 대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은 해충이 그렇듯이 모기를 박멸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모기는 작은 물웅덩이만 있어도 번식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살충제에 대한 내성까지 지녀 그렇게 만만치 않은 상대가 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유전자 조작 기술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안드레아 크라산티 교수 (Professor Andrea Crisanti)가 이끄는 연구팀은 모기 수컷의 X 염색체를 파괴하는 DNA 커팅 효소를 유전자에 삽입해 수컷만 낳게 만드는 유전자 조작 수컷 모기를 만들었습니다. 모기는 암컷이 되기 위해 사람처럼 X 염색체가 두 개 필요한데, 이 수컷 모기는 X 염색체가 없기 때문에 낳는 새끼는 100% 수컷이 됩니다.
연구팀은 이 방법을 Anopheles gambiae 모기에서 확인했습니다. 실험실 테스트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유전자 조작 모기의 새끼는 100% 수컷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체 모기에서 수컷의 비중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히 설명하면 정상 모기의 암수 비율이 50:50이라고 가정할 때 유전자 조작 모기 새끼는 100:0이 되므로 같은 숫자가 있다고 가정하면 수컷 대 암컷 비율이 150:50이 되는 것입니다. 전체 군집에서 암컷의 비율이 크게 줄어들었는데다 사실상 수컷 중 돌연변이 수컷이 더 많기 때문에 다음 세대에는 개체수가 더 크게 줄어들게 됩니다. 더구나 피는 모기 암컷만 빨기 때문에 수컷 비중이 점점 늘어날수록 모기의 질병 전파 위험도는 확연하게 감소할 것입니다.
연구팀은 모기 개체수의 2.5%정도만 돌연변이 수컷을 풀면 암컷 모기 개체수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방법 역시 모기가 회피할 가능성이 0%라고 말할 순 없습니다. 정상 모기 중 암컷을 많이 낳는 돌연변이가 생기거나 돌연변이 모기 중 DNA 커팅 효소의 기능을 상쇄할 수 있는 다른 변이가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돌연변이는 쉽게 생길 수 없으므로 한동안 모기 개체수를 충분히 줄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 아니면 모기가 생각보다 쉽게 회피할 수 있을지는 실제 환경에서 테스트해봐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모태 솔로 수컷 모기를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회심의 신기술이 성공하기 희망합니다.
참고
Alekos Simoni et al, A male-biased sex-distorter gene drive for the human malaria vector Anopheles gambiae, Nature Biotechnology (2020). DOI: 10.1038/s41587-020-05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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