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에서 발견된 모기 기생충이 말라리아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글래스고 대학의 제레미 헤렌 (Jeremy Herren, International Centre of Insect Physiology and Ecology (ICIPE), Kasarani, Nairobi, Kenya/MRC-University of Glasgow Centre for Virus Research) 이 이끄는 연구팀은 케냐의 빅토리아 호수에서 말라리아를 옮기는 아노펠레스 (Anopheles) 속의 모기를 수집해 Microsporidia MB라는 미포자충류 기생충을 연구했습니다.
미포자충류(Microsporidia)는 매우 특수한 균류 중 하나로 포자를 만드는 단세포 생물이지만, 동물처럼 행동하는 기생성 생물입니다. Microsporidia MB는 수집된 모기의 10%가 감염될 정도로 흔하지만 숙주에 큰 피해를 입히지 않고 영양분만 조금씩 흡수하면서 살아가는 기생충입니다. 독특한 부분은 장내와 생식기에서만 살기 때문에 암컷에서 새끼로 수직 전파가 주된 감염 경로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다른 생물에 전파될 가능성이 낮습니다.
연구팀이 발견한 의외의 사실은 이 기생충이 다른 기생충인 말라리아 원충의 침입을 막는다는 것입니다. 정확한 기전은 알 수 없지만, 모기를 중간 숙주로 삼는 말라리아 원충과 종숙주로 삼는 미포자충류는 영양분을 놓고 경쟁 상황에 놓이기 때문에 말라리아 원충의 정착을 막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포자충류 입장에서 보면 말라리아 원충은 중간에 지나가던 기생충이 삶의 터전으로 삼는 숙주에서 영양분을 가로채는 얄미운 존재입니다.
아무튼 Microsporidia MB의 독특한 특징은 말라리아 예방에 활용될 수 있어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모기를 직접 죽이는 살충제나 병원균은 모기가 내성을 진화시킬 가능성이 크지만, 이 기생충은 크게 유해하지 않기 때문에 모기가 굳이 내성을 진화시킬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말라리아는 막아주기 때문에 말라리아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기생충이 어떻게 말라리아를 막는지 알아낸다면 이를 응용한 예방법 개발도 가능할 것입니다. 어쩌면 이 기생충이 수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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