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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충식물은 진화 과정에서 많은 유전자를 버렸다



(The genomes of the carnivorous plants Venus flytrap, spoon-leaved sundew and waterwheel (from left) are decoded. Credit: Dirk Becker and Sönke Scherzer / University of Würzburg)


 식충식물(carnivorous plant)은 일반적인 식물이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갑니다. 이들의 주에너지원은 다른 광합성 식물과 마찬가지로 태양 에너지이지만, 생명 활동에 필요한 미량 원소들은 작은 곤충을 잡아 섭취합니다. 따라서 이를 위한 독특한 곤충 포획 및 소화 기관을 지니고 있습니다. 


 독일 율리우스 막시밀리안 뷔르츠부르크 대학(Julius-Maximilians-Universität (JMU) Würzburg in Bavaria, Germany)의 라이너 헤드리히 (Rainer Hedrich)와 요르겐 슐츠 (Jörg Schultz), 그리고 일본 오카자키 대학의 미츠자수 하세베 (Mitsujasu Hasebe from the University of Okazaki)은 세 종의 식충식물이 어떤 유전자 변화를 통해 보통의 식물에서 식충 식물로 진화했는지 연구했습니다. 


 연구팀에 조사한 세 종의 식충식물 - 파리지옥 (Venus flytrap, Dionaea muscipula), 벌레먹이말 (waterwheel plant, Aldrovanda vesiculosa), 좀끈끈이주걱 (Drosera spatulata, spoon-leaved sundew) - 에서 의외의 사실은 이들이 다른 식물보다 오히려 유전자가 짧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식물이 3-4만개의 유전자를 지닌 반면 좀끈끈이주걱은 18,111개, 파리지옥은 21,135개, 벨레먹이말은 25,123의 유전자를 갖고 있었습니다. 


 식충 과정에 필요한 유전자는 중 일부는 뿌리에서 가져온 것으로 대신 이들의 뿌리는 빈약하거나 거의 없다시피 하게 진화했습니다. 대신 꼭 필요한 유전자의 숫자는 중복을 통해 증가해 그 빈자리를 채웠습니다. 이들이 식충식물로 진화하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한 가지 기능에 올인 했기 때문에 유전자 숫자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이들은 수백만년 전 하나의 공통 조상에서 갈라졌으며 진화 과정에서 각자 자신만의 벌레 포획 방법을 확보했지만, 유전적으로는 비슷한 부분이 많은 친척들입니다. 


 아무튼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식충식물은 곤충을 잡아 먹기 위해 관련 유전자를 중복을 통해 키우고 나머지는 포기해 다시 돌아오기 어려운 강을 건넌 독특한 식물들입니다. 한번 고기맛을 본 식물이 아예 이쪽으로 진화 방향을 틀어버린 것을 보면 고기의 힘은 위대한 것 같습니다. 


 참고 


Gergo Palfalvi et al, Genomes of the Venus Flytrap and Close Relatives Unveil the Roots of Plant Carnivory, Current Biology (2020). DOI: 10.1016/j.cub.2020.0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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