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ensland fruit fly. Image by Wikipedia Commons)
초파리는 눈으로 겨우 보일 만큼 작은 곤충이지만, 단순하면서도 뛰어난 신경계와 감각 기관을 지니고 있어 뇌와 신경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선호하는 실험 동물입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많은 연구가 이뤄졌지만, 그럼에도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은 곤충이 초파리입니다. 초파리의 후각이 얼마나 뛰어난지도 그 중 하나입니다.
호주 맥쿼리 대학 (Macquarie University)의 비벡 켐프라지(Vivek Kempraj)는 호주에 서식하는 퀸즐랜드 초파리 (Queensland Fruit Fly (Q-fly))가 천적의 냄새를 맡고 이에 따라 적절하게 반응하는지 조사했습니다. 초파리는 먼 거리에서도 썩은 과일 냄새를 맡고 나타나는 곤충이기 때문에 후각이 뛰어나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먹이를 찾는 것 이외에 천적의 신호도 감지할 수 있는지는 잘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은 퀸즐랜드 초파리의 행동을 움직임, 먹이 찾기, 알 낳기, 짝짓기 (movement (motility), seeking food (foraging), egg laying (oviposition) and mating)의 네 가지 형태로 분류한 후 자연계의 천적인 세 종류의 거미와 한 종류의 개미, 그리고 천적이 아닌 다른 곤충의 냄새로 자극을 주고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그러자 퀸즐랜드 초파리가 단지 천적의 냄새를 맡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종류에 따라 다르게 행동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예를 들어 주로 밤에 사냥하는 천적의 경우 초파리는 움직임을 줄여 자신의 존재를 눈치채지 않게 숨는 반면 낮에 사냥하는 천적의 경우 빠르게 도망치는 식으로 다르게 반응했습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사실은 실험에 사용된 초파리는 연구 목적으로 키운 것으로 사실 자연 상태에서 천적을 한번도 마주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즉 이 반응은 초파리의 타고난 본성으로 DNA 수준에서 각인되어 있는 행동입니다.
단순한 뇌를 지니고 있는 초파리가 어떻게 이런 행동을 보일 수 있는지 역시 앞으로 흥미로운 연구 대상일 것입니다.
참고
Vivek Kempraj et al. Forewarned is forearmed: Queensland fruit flies detect olfactory cues from predators and respond with predator-specific behaviour, Scientific Reports (2020). DOI: 10.1038/s41598-020-641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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