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int Sebastian pleads with Jesus for the life of a gravedigger afflicted by plague during the Plague of Justinian. (Josse Lieferinxe, c. 1497–1499))
서기 6세기 중반 동로마 제국을 강타한 유스티니아누스 역병 (Plague of Justinian)은 당시 로마제국의 부활을 꿈꾸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와 그의 제국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습니다. 당시 역사 기록을 보면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의 인구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고 다른 지역도 크게는 1/4정도 인구가 줄어들었습니다. 이 역병은 페스트로 생각되는데, 당시 별다른 치료법도 없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많은 인명이 희생되었는지는 정확한 통계가 있을리 만무하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 없었습니다. 학자들은 역사상의 기록을 토대로 이를 재구성해 당시 유럽과 주변 지역에서 2500만-1억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메릴랜드 대학의 로렌 화이트 박사 (Lauren White, Ph.D. and Lee Mordechai, Ph.D., of the University of Maryland's National Socio-Environmental Synthesis Center (SESYNC))가 이끄는 연구팀은 페스트에 관련된 최신 지식과 수학적 모델을 통해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이 당시 세계에 미친 영향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전체 인구의 25-50%가 죽는 대규모 전염병 유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페스트의 치사율이 매우 높다는 점을 감안해도 일정 이상 인구가 사망하거나 면역을 지니면 집단 면역이 생기는 데다, 인구 이동이 많지 않았던 시기임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과장된 수치라는 것입니다. 사실 동로마 제국이나 인근에 있던 여러 국가들이 큰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 사라지지는 않았던 역사를 고려하면 맞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다만 541년부터 유행해서 750년까지 종종 유행한 강력한 전염병으로 말미암아 당시 동로마 제국이 약해지고 이슬람 제국 같은 신흥 세력이 등장할 기회를 준 것도 사실입니다. 역사상 큰 재앙으로 남은 542년의 콘스탄티노플 대유행 같은 경우 도시 인구 50만 중 30만명이 죽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약간 과장이 들어갔겠지만, 인구가 급격히 줄어든 것은 사실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염병을 피해 시골로 들어갔을 것이고 도시에는 사람이 텅텅 비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로 인해 엄청난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을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현재의 코로나 19 대유행을 생각하면 이 시기에 사람들이 느낀 공포와 재앙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페스트는 코로나 19만큼이나 전염성이 강하면서 더 치명적이고 별 다른 치료 방법도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세상의 종말이 온 것 같은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도시에는 사람이 사라지고 교역망도 붕괴되어 경제에 미친 파급효과는 농업 중심 사회라는 점을 생각해도 엄청났을 것입니다. 전염병은 과거나 지금이나 무서운 것입니다.
참고
Lauren A. White et al, Modeling the Justinianic Plague: Comparing hypothesized transmission routes, PLOS ONE (2020). DOI: 10.1371/journal.pone.0231256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