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 horse. Credit: S. Kaehlert, GEOMAR)
해마는 매우 독특한 어류입니다. 일단 생김새부터가 범상치 않지만, 동물계에서 보기 드물게 수컷도 임신을 해서 태어나지도 않은 새끼를 키웁니다. 알을 돌보거나 혹은 태어난 후 육아에 참여하는 수컷은 종종 있지만, 태아 단계에서 키우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드문 경우입니다. 올리바 로스 박사(Dr. Olivia Roth, GEOMAR Helmholtz Centre for Ocean Research Kiel)가 이끄는 국제 과학자팀은 실고기아과 (pipefishes) 및 해마 (역시 실고기과에 속함) 수컷 12종을 연구해 임신 과정에서 어떻게 면역학적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지 조사했습니다.
수컷 해마와 실고기과의 물고기들은 다양한 수준의 수컷 임신을 경험합니다. 일부 종은 단지 알이 부화할 때까지 품고 다니는 정도인 반면 일부 종은 피부에 특수한 홈이 있어 수정란을 보호할 뿐 아니라 태반과 비슷한 형태의 조직을 지녀 자라나는 태아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독특한 메카니즘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면역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연구팀은 주요 조직 적합 유전자 복합체 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MHC)가 해마의 수컷 임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사실 MHC의 기능 변화는 임신을 하는 포유류 암컷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MHC는 남과 나를 구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면역 시스템이 태아를 공격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조절이 필요한 핵심 경로입니다.
하지만 해마 수컷의 경우 MHC II의 기능이 거의 정지되며 MHC I의 기능 역시 변해 태아를 남으로 인식해서 공격하지 않게 만듭니다. 이는 포유류 암컷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더 적극적인 면역 억제 시스템입니다. 연구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마 수컷이 생존에 별 문제가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MHC의 기능을 보완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해마가 어떻게 이 중요한 면역 시스템 없이 감염의 위협에서 생존할 수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면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에서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도움을 줄지도 모릅니다.
참고
Olivia Roth et al. Evolution of male pregnancy associated with remodeling of canonical vertebrate immunity in seahorses and pipefishe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20). DOI: 10.1073/pnas.1916251117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