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discovery will open new avenues of research, exploring adaptations of gleaning bats to their prey, as they develop new predator avoidance schemes. Credit: Christian Ziegler)
초여름밤 풀숲에서 들리는 여러 가지 곤충 소리는 서정적인 풍경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짝짓기를 위해 목숨을 건 도박을 하고 있습니다. 짝짓기를 위해 수컷이 내는 소리는 포식자의 귀에도 들리기 때문입니다. 스미스소니언 열대 연구소 잉가 게이펠 (Inga Geipel, Smithsonian Tropical Research Institute (STRI))와 그 동료들은 남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 흔한 박쥐인 큰귀박쥐(Micronycteris microtis)와 여치 (katydids)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수컷 여치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여기 저기 이동하면서 울음소리를 냅니다. 박쥐는 울음소리 없이 초음파를 이용한 반향정위 (echolocation)로 이동 혹은 정지해 있는 여치를 파악하고 잡아먹습니다. 연구팀은 큰귀박쥐와 여치를 같은 사육장에 넣고 어떤 형태의 먹이를 가장 선호하는지 분석했습니다. 여기서 밝혀진 의외의 사실은 울음소리를 내는 여치보다 움직이는 여치를 더 선호한다는 사실입니다. 박쥐의 귀는 초음파를 듣는데 최적화해서 반향정위로 얻어지는 정보를 우선시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울음소리가 위험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냥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아무 소리를 내지 않는 것과 소리내기는 분명 후자가 더 위험합니다. 연구팀이 지적하는 부분은 짝짓기에서 울음소리만 내는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암컷의 반응이 없으면 수컷 여치는 위험을 감수하고 움직이면서 박쥐의 주의를 끌게 됩니다. 결국 수컷 여치가 잡아먹힐 확률은 훨씬 높아집니다.
그러나 후손을 남기지 못하면 자신의 유전자가 사라지는 것이 생명체의 숙명이기에 수컷 여치 뿐 아니라 수많은 생물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짝짓기를 시도합니다. 이 과정에서 후손을 남기는 데 성공한 개체들은 선택받은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에 남기게 됩니다. 위험하지만 할 수밖에 없는 도박인 셈입니다.
여담이지만, 박쥐가 여치보다 훨씬 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크기 차이가 별로 없어서 놀랐습니다. 남미 지역이라 그런지 여치가 생각보다 엄청 크네요.
참고
Inga Geipel et al, Predation risks of signalling and searching: bats prefer moving katydids, Biology Letters (2020). DOI: 10.1098/rsbl.2019.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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