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female koala showing natural drinking behaviour after a rain event in the You Yang Regional Park, Victoria, Australia. Credit: Echidna Walkabout and Koala Clancy Foundation.)
코알라는 물을 거의 마시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동물입니다. 전혀 물을 마시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평생 나무 위에서 사는 데 적응이 되어 나뭇잎만 먹고도 그 안에 있는 물을 흡수해 버틸 수 있습니다. 동시에 호주의 뜨거운 여름을 견디기 위해 소변의 농도는 높이고 물을 재활용하는 비율을 높여 물을 적게 마셔도 살 수 있습니다. 덕분에 물을 마시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와 위험하게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나무에서 내려오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물을 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빗물이라는 또 다른 공급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코알라가 빗물을 얼마나 마실 수 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시드니 대학의 발렌티나 멜라 박사(Dr. Valentina Mella, in the School of Life and Environmental Sciences)가 이끄는 연구팀은 여러 자연 관찰가들과 함께 코알라가 나무 줄기를 타고 흘러내린 빗물을 마신다는 증거를 수집했습니다. 2006년에서 2019년 사이 촬영된 여러 개의 영상을 분석한 결과 빅토리아주 유양스 지역 공원 (You Yangs Regional Park in Victoria)에서 44회의 빗물 마시기가 관찰되었는데, 코알라들이 생각보다 많은 물을 빗물에서 얻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 영상에서는 15분 동안 줄기에 흘러내리는 빗물을 먹는 장면이 확인되었고 다른 영상에서는 34분간 확인되었습니다.
물론 건조한 호주 산악 지대에서는 비가 자주 내리지 않기 때문에 코알라가 얻을 수 있는 물의 양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들이 나뭇잎에서 나오는 물만으로 버티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코알라도 물이 필요합니다.
사실 사육 상태의 코알라 뿐 아니라 가뭄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 코알라 및 다른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물을 공급해오고 있어서 코알라가 물을 마신다는 사실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다만 코알라가 어떻게 식수를 얻는지를 알아내면 현재 개체 수가 줄어드는 코알라를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코알라 뿐 아니라 호주의 여러 야생 동물들은 지구의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점점 삶의 터전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인간이 가져온 외래 침입종 문제와 환경 오염,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 대형 산불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이들을 위협합니다. 특히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은 물 확보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이런 관점에서 의미가 있는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참고
Valentina S. A. Mella et al, An insight into natural koala drinking behaviour, Ethology (2020). DOI: 10.1111/eth.1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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