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1026 - 초저질량 백색왜성


(A 13-by-13 pixel cutout of a TESS full frame image of J0500−0930, with the aperture used by eleanor indicated as the darker region. Credit: Kawka et al., 2020.)


 백색왜성은 태양 같은 별이 마지막 단계에서 남은 중심부 물질이 압축되어 탄생합니다. 주로 탄소와 산소로 이뤄져 있는데, 태양 정도 질량을 지닌 별의 경우 탄소와 산소를 이용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에는 중심부 압력과 열이 부족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멈추는 것입니다. 


 백색왜성은 매우 단단하게 압축되어 태양 정도 질량을 지닌 백색왜성이라도 지구보다 약간 지름이 큰 정도에 불과합니다. 강한 중력을 상쇄할 열 에너지가 더 이상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전자의 반발력이 견딜 수 있는 한계까지 압축됩니다. 그러나 찬드라세카 한계로 알려진 태양 질량의 1.4배 이상 수준에 이르면 전자도 더 버티지 못하기 때문에 남아 있는 전자, 중성자, 양성자가 모두 압축되어 중성자별이 됩니다. 전자와 양성자가 서로의 전하를 상쇄하면 중성자로만 된 거대 원자핵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이 소립자들도 버티기 힘들 만큼 중력이 강해지면 하나의 점 모든 질량이 몰려 블랙홀이 됩니다. 


 과학자들은 백색왜성 질량 상한선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하한선이 어딘지는 잘 모릅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백색왜성은 대부분 태양 질량보다 작은 것이지만, 이 가운데서도 태양 질량의 0.3배 정도로 다른 백색왜성보다 더 작은 경우를 초저질량 백색왜성 Extremely low-mass (ELM) white dwarfs (WDs)이라고 부릅니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100여개 정도의 초저질량 백색왜성을 발견했습니다. 


 호주 커틴 대학의 아델라 카우카(Adela Kawka of Curtin University in Perth, Australia)가 이끄는 연구팀은 2MASS J050051.85–093054.9 (J0500−0930)라고 알려진 백색왜성을 자세히 관측했습니다. 이 천체는 백색왜성 가운데서 초저질량 백색왜성일 가능성이 큰 천체였습니다. 나사의 Transiting Exoplanet Survey Satellite (TESS) 데이터와 사이딩 스프링 천문대 (Siding Spring Observatory)의 2.3m 망원경을 통해 관측한 결과 이 백색왜성은 질량이 태양의 0.17배로 초저질량 백색왜성에 속합니다. 참고로 지구에서 거리는 233광년이고 표면 온도는 10500K입니다. 거리로 볼 때 가장 가까운 초저질량 백색왜성이라 앞으로 주요 관측 목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초저질량 백색왜성이 그냥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다른 동반성에서 질량을 빼앗겨 질량이 작아진 백색왜성으로 보는 것입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동반성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이 백색왜성의 공전 주기가 9.5시간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최소 태양 질량의 0.3배 이상인 동반 백색왜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백색왜성의 질량이 어디까지 작아질 수 있는지는 아직도 확실치 않습니다. 이렇게 근접한 초저질량 백색왜성에 대한 관측을 통해 과학자들은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어느 단계에서는 행성으로 진화하는 백색왜성이 나올지도 궁금해지는 소식입니다.


 참고 


The closest extremely low-mass white dwarf to the Sun, arXiv:2004.07556 [astro-ph.SR] https://arxiv.org/abs/2004.07556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