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electron micrograph, a parasitic mite, Varroa destructor, is wedged between the abdominal plates of a honey bee's exoskeleton. Credit: UMD/USDA/PNAS)
(In this cross-section of a honey bee's abdomen, a parasitic varroa mite (orange) can be seen lodged between the bee's abdominal plates, where the mite feeds on honey bee fat body tissue. Credit: UMD/USDA/PNAS)
꿀벌은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사실 여러 가지 위협에 노출돼 있습니다. 인간이 사용하는 살충제는 물론 천적인 말벌, 세균, 바이러스 감염 등 여러 가지 위협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잘 알려지지 않은 위협 가운데 하나가 바로 기생충입니다. 작은 꿀벌에 기생하는 더 작은 진드기 (Varroa destructor)는 꿀벌에게 매우 심각한 위협 중 하나입니다.
과학자들은 오랜 세월 이 진드기가 꿀벌의 혈액림프(hemolymph, 혈액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곤충의 체액)를 빨아 먹는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피를 빨아먹는 일반적인 진드기의 습성을 생각하면 가장 타당한 추론 같지만, 사실 구체적인 증거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과학에서 종종 그렇듯이 확실한 검증을 거친 결과 이 추정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메릴랜드 대학의 사무엘 람세이 (Samuel Ramsey)와 그 동료들은 이 진드기가 혈액림프를 빨아먹고 산다는 기존의 가설에 의문을 품고 이를 검증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이 의문을 품은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혈액림프를 먹고 산다고 생각하기에는 이 진드기가 매우 건조한 몸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인간의 혈액보다 묽은 혈액림프를 먹고 산다면 상당한 양의 물을 배출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입니다. 더구나 이 진드기의 입은 피를 빨아먹는 친척들과 달리 액체를 빨아먹는데 최적화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진드기는 아무 곳에나 달라붙지 않고 성체의 경우 90% 정도 복부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연구팀은 이 진드기가 구체적으로 뭘 먹고 사는지 검증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우선 진드기와 벌을 통채로 액체 질소에 넣고 급속 냉각한 후 이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이 진드기는 혈액 림프가 아닌 지방체(fat body, 곤충의 지방 조직으로 척추동물의 간조직과 유사한 기능을 함)를 흡입한 후 녹여 먹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이 진드기가 진딧물처럼 많은 양의 물을 배설하지 않는 이유가 쉽게 설명되는 것입니다.
다시 이를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 꿀벌에서 혈액림프와 지방체를 분리한 후 각각을 먹이로 삼아 진드기에 먹였습니다. 그 결과 혈액림프 사료를 받은 진드기는 굶주렸지만, 지방체를 먹은 진드기는 잘 먹었을 뿐 아니라 번식까지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이 진드기는 혈액림프가 아닌 지방체를 먹고 살았던 것입니다.
지방을 흡입하는 기생충이 만약 사람에서도 가능하다면 다른 의미로 대박날 것 같지만, 아쉽게도 이 기생충은 꿀벌에서만 지방을 흡입합니다. 아무튼 별난 기생충이 다 있다는 것을 다시 보여주는 사례 같습니다.
참고
Samuel D. Ramsey el al., "Varroa destructor feeds primarily on honey bee fat body tissue and not hemolymph," PNAS (2018). www.pnas.org/cgi/doi/10.1073/pnas.181837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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