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일수록 의료 서비스의 질과 접근성이 우수하고 예방 접종을 비롯한 질병 예방 대책이 잘 되어 있어 사망률이 낮고 평균 수명이 길어진다는 것은 굳이 긴 설명없이도 쉽게 이해가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우리 나라 역시 경제 성장과 더불어 전국민 의료 보험 도입 등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과 질이 좋아져 이제는 장수국가 반열에 들어갈만큼 수명이 길어졌습니다.
최근 의학 저널 란셋(Lancet)에는 2015년에 의료 서비스의 질과 접근성이 얼마나 좋은지 평가한 연구 결과가 실렸습니다. 32개 주요 질환의 사망률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긴 Healthcare Access and Quality Index (HAQ 지수)를 측정한 결과 세계에서 가장 의료 서비스의 질이 우수한 국가는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 존재하는 미니 국가인 안도라(95점)라는 다소 의외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2위는 아이슬란드(94점), 3위는 스위스 (92점) 입니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상위권에는 대부분 유럽 선진국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네덜란드, 스페인, 오스트리아는 90점으로 사이좋게 공동 4위를 기록했습니다. 룩셈부르크, 일본, 이탈리아는 89점으로 그 다음을 기록했습니다. 한국은 86점으로 독일, 싱가포르, 뉴질랜드, 이스라엘, 덴마크와 동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영국 (85점)은 물론 30위 권에 겨우 턱걸이를 한 미국 (81점)보다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의료비가 가장 비싼 편에 속할 뿐 아니라 GDP 대비로도 지출이 많지만,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이 많은 관계로 질병 사망률도 선진국에서 높은 편이고 기대 수명도 짧습니다. 최근에 오마바 케어를 통해서 의료 사각지대를 줄이고 전국민에게 의료서비를 제공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공화당과 트럼프 정부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앞으로 개선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상황입니다. 따라서 미국인의 평균 수명이 다른 선진국 대비 낮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이 부분은 제 책인 과학으로 먹는 3대 영양소에서도 다룬 적이 있는 부분입니다. 식생활에 차이에도 불구하고 선진국들의 평균 기대 수명은 사실 큰 차이가 없는 편인데, 유독 미국만 상대적으로 떨어진 이유는 역시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반면 우리 나라는 미국보다 의료 부분에 대한 지출이 적지만,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기대 수명이 훨씬 긴 편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195개국 가운데 1990년 조사와 2015년 조사 사이에 순위가 크게 증가한 국가로 중국, 한국(남한), 터키, 페루, 몰디브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 의료 시스템은 큰 변화가 없이 유지되었으나 경제 성장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 증가와 의료 기관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의료 서비스의 질과 접근성 모두 좋아진 것이 이유로 생각됩니다. 다만 아직도 결핵처럼 일부 질환의 유병률이 다소 높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은 의료비 지출이 훨씬 많은 다른 선진국과 큰 차이가 없는 점수를 기록했으며 실제 기대 수명 역시 10위 권에 근접한 상태로 앞으로 기대수명이 세계 최상위권에 도달할 가능성이 큰 편입니다. 물론 이에 따르는 노인 빈곤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에 대비할 필요는 있지만, 전국민 의료 보험 및 보장 시스템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정착한 덕분이라고 하겠습니다. 미국과의 비교를 통해서 보면 더욱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잘 작동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한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인 저출산 및 노령화입니다. 65세 이상 인구의 의료비 지출은 그 이하 연령대에 3배에 달하는데 앞으로 노인 인구가 크게 증가하면 건보료 지출을 감당할 계층은 줄어드는 반면 의료비를 지출해야하는 인구는 크게 증가해서 의료보험 시스템 자체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이는 의료 부분만이 아니라 사회의 다른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한국 의료 시스템이 이룬 성과는 눈부시기는 하지만, 앞으로 그 성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문제인 저출산을 해결하는 것 이외에도 효과적인 의료자원 분배를 위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참고
Ryan M Barber et al. Healthcare Access and Quality Index based on mortality from causes amenable to personal health care in 195 countries and territories, 1990–2015: a novel analysis from the Global Burden of Disease Study 2015, The Lancet (2017). DOI: 10.1016/S0140-6736(17)30818-8
https://medicalxpress.com/news/2017-05-countries-healthcare.html
최근 의학 저널 란셋(Lancet)에는 2015년에 의료 서비스의 질과 접근성이 얼마나 좋은지 평가한 연구 결과가 실렸습니다. 32개 주요 질환의 사망률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긴 Healthcare Access and Quality Index (HAQ 지수)를 측정한 결과 세계에서 가장 의료 서비스의 질이 우수한 국가는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 존재하는 미니 국가인 안도라(95점)라는 다소 의외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2위는 아이슬란드(94점), 3위는 스위스 (92점) 입니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상위권에는 대부분 유럽 선진국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네덜란드, 스페인, 오스트리아는 90점으로 사이좋게 공동 4위를 기록했습니다. 룩셈부르크, 일본, 이탈리아는 89점으로 그 다음을 기록했습니다. 한국은 86점으로 독일, 싱가포르, 뉴질랜드, 이스라엘, 덴마크와 동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영국 (85점)은 물론 30위 권에 겨우 턱걸이를 한 미국 (81점)보다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의료비가 가장 비싼 편에 속할 뿐 아니라 GDP 대비로도 지출이 많지만,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이 많은 관계로 질병 사망률도 선진국에서 높은 편이고 기대 수명도 짧습니다. 최근에 오마바 케어를 통해서 의료 사각지대를 줄이고 전국민에게 의료서비를 제공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공화당과 트럼프 정부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앞으로 개선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상황입니다. 따라서 미국인의 평균 수명이 다른 선진국 대비 낮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이 부분은 제 책인 과학으로 먹는 3대 영양소에서도 다룬 적이 있는 부분입니다. 식생활에 차이에도 불구하고 선진국들의 평균 기대 수명은 사실 큰 차이가 없는 편인데, 유독 미국만 상대적으로 떨어진 이유는 역시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반면 우리 나라는 미국보다 의료 부분에 대한 지출이 적지만,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기대 수명이 훨씬 긴 편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195개국 가운데 1990년 조사와 2015년 조사 사이에 순위가 크게 증가한 국가로 중국, 한국(남한), 터키, 페루, 몰디브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 의료 시스템은 큰 변화가 없이 유지되었으나 경제 성장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 증가와 의료 기관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의료 서비스의 질과 접근성 모두 좋아진 것이 이유로 생각됩니다. 다만 아직도 결핵처럼 일부 질환의 유병률이 다소 높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은 의료비 지출이 훨씬 많은 다른 선진국과 큰 차이가 없는 점수를 기록했으며 실제 기대 수명 역시 10위 권에 근접한 상태로 앞으로 기대수명이 세계 최상위권에 도달할 가능성이 큰 편입니다. 물론 이에 따르는 노인 빈곤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에 대비할 필요는 있지만, 전국민 의료 보험 및 보장 시스템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정착한 덕분이라고 하겠습니다. 미국과의 비교를 통해서 보면 더욱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잘 작동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한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인 저출산 및 노령화입니다. 65세 이상 인구의 의료비 지출은 그 이하 연령대에 3배에 달하는데 앞으로 노인 인구가 크게 증가하면 건보료 지출을 감당할 계층은 줄어드는 반면 의료비를 지출해야하는 인구는 크게 증가해서 의료보험 시스템 자체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이는 의료 부분만이 아니라 사회의 다른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한국 의료 시스템이 이룬 성과는 눈부시기는 하지만, 앞으로 그 성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문제인 저출산을 해결하는 것 이외에도 효과적인 의료자원 분배를 위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참고
Ryan M Barber et al. Healthcare Access and Quality Index based on mortality from causes amenable to personal health care in 195 countries and territories, 1990–2015: a novel analysis from the Global Burden of Disease Study 2015, The Lancet (2017). DOI: 10.1016/S0140-6736(17)30818-8
https://medicalxpress.com/news/2017-05-countries-healthcar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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