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rod Soldier Beetle (Chauliognathus pennsylvanicus), Ottawa, Ontario, Canada. D. Gordon E. Robertson)
자연계에는 숙주를 조정하는 형태의 기생충들이 존재합니다. 물론 숙주의 행동을 조종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기생충만의 특기는 아닙니다. 다양한 감기 바이러스들이 기침을 유발해서 다른 숙주에게 전파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도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곰팡이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코넬 대학과 아칸소 대학의 연구자들은 골든로드 병사 딱정벌레(goldenrod soldier beetle or Pennsylvania leatherwing ( Chauliognathus pensylvanicus ))라는 곤충을 전파를 위해 사용하는 곰팡이 Eryniopsis lampyridarum의 사례를 Journal of Invertebrate Pathology에 발표했습니다.
북미에서 서식하는 이 딱정벌레는 독특하게 꽃을 먹고 사는데, 불운하게도 E. lampyridarum은 꽃에 붙어있다가 딱정벌레를 감염시킵니다. 일반적으로 숙주가 죽으면 여기에 기생하고 있던 생물도 죽기 때문에 모든 기생 생물이 숙주를 죽이진 않지만, 이 곰팡이는 특이하게도 죽은 딱정벌레의 시체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사실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수컷의 경우 감염되어 죽으면 여기서 끝나지만, 암컷의 경우 죽은 시체에서 독특한 변화가 발생합니다. 연구팀은 446마리의 개체 (281마리의 암컷과, 165마리의 수컷)을 조사해 90마리에서 감염을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암컷이 죽은지 15-22시간이 지나면 날개가 펼쳐지면서 복부가 부풀어오른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이 모습은 짝짓기를 시도하는 암컷과 유사하기 때문에 수컷을 끌어모으게 됩니다. 물론 이는 곰팡이를 좀 더 감염시키기 위한 부비트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곰팡이로써는 생각하기 힘든 방식으로 숙주를 조종하는 셈입니다.
자연의 치열한 생존 경쟁과 적자 생존의 법칙은 매우 다양한 대응 전략을 진화시켰습니다. 좀비 암컷과 곰팡이의 사례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참고
Donald C. Steinkraus et al. Zombie soldier beetles: Epizootics in the goldenrod soldier beetle,Chauliognathus pensylvanicus(Coleoptera: Cantharidae) caused byEryniopsis lampyridarum(Entomophthoromycotina: Entomophthoraceae), Journal of Invertebrate Pathology (2017). DOI: 10.1016/j.jip.2017.0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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