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인텔)
이번 IDF 2016에는 전통적인 CPU와 인텔의 주요 제품군에 대한 설명보다 꽤 참신한 이야기들이 대거 공개되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바로 ARM와의 전략적인 제휴입니다. ARM과 인텔은 사실 꽤 복잡한 관계를 가진 회사입니다. ARM이 CPU를 직접 판매하는 대신 라이센스를 판매하는 회사가 된 것은 본래 모회사이던 영국의 아콘 컴퓨터가 인텔 CPU에 기반한 PC에 밀려 시장에서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후 모바일 및 임베디드 시장으로 주력을 옮긴 ARM은 다시 인텔과 협력해서 고성능 PDA 용 프로세서를 만들었지만, 아톰 프로세서를 개발 중이던 인텔은 2006년에 해당 부분을 매각하고 2008년에 아톰프로세서를 내놓게 됩니다. 문제는 이후 스마트폰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ARM 기반의 AP들이 이 시장을 장악했다는 것이죠. 결국 인텔 아톰 기반 AP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하게 됩니다.
아이러니 하지만 이렇게 되면 다시 ARM과 시장이 별로 겹치지 않게 되면서 협력할 기회가 생긴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인텔은 이번 IDF 2016에서 다시 ARM과의 전략적 제휴를 선언했는데, 자사의 10nm 팹을 ARM 기반의 SoC를 제조하는데 사용하기 위해 서로 협력한다는 것입니다. 이 프로세서를 주문한 주체는 LG 전자로 스마트폰용 AP라는 이야기가 유력합니다.
사실 인텔이 최신 공정을 다른 회사에 공개해 파운드리 사업 부분을 육성하는 것은 새로운 뉴스가 아닙니다. 14nm 팹 역시 ARM 기반 프로세서를 제조하는데 공개했었고 10nm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ARM가 협력할 계획을 발표한 것입니다. 이는 ARM과 전통적으로 협력해온 TSMC 등 다른 파운드리를 자극할 만한 뉴스입니다. 인텔이 이 시장에 들어온다는 것은 이들이 파이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인텔은 여전히 세계 1위의 반도체 제조사이지만, 주력인 PC 시장이 몇 년째 역성장을 거듭하고 있고 성장 중인 서버 및 데이터 센터 부분도 급성장 하는 건 아니라서 대규모 인수 합병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위기를 타개하고 막대한 비용이 드는 미세 공정에서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서 앞으로 파운드리 부분을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ARM과 협력은 불가피한 수순이 될 것 같습니다. ARM 기반 프로세서들이 인텔의 미세 공정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협력이 필요하니까요.
몇 년전에는 ARM과 인텔의 재대결로 불리던 상황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세상일은 정말 어떻게 될 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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