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560 - 늙은 별처럼 보이는 어린 별



(An age-defying star designated as IRAS 19312+1950 (arrow) exhibits features characteristic of a very young star and a very old star. The object stands out as extremely bright inside a large, chemically rich cloud of material, as shown in this image from NASA’s Spitzer Space Telescope. A NASA-led team of scientists thinks the star – which is about 10 times as massive as our sun and emits about 20,000 times as much energy – is a newly forming protostar. That was a big surprise because the region had not been known as a stellar nursery before. But the presence of a nearby interstellar bubble, which indicates the presence of a recently formed massive star, also supports this idea.
Credits: NASA/JPL-Caltech)


 인간 사회에서는 나이가 들어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나이가 많지 않은 경우도 있고 반대로 젊어보이는 데 사실은 나이가 많은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 전자보다는 후자가 칭찬에 가까운 이야기지만, 아무튼 별 가운데도 그런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대개 과학자들은 별의 정확한 나이를 측정할 수 있지만, 일부 헷갈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소개할 별은 아예 늙은 별에서 아기 별로 뒤바뀐 사례입니다. 


 지구에서 12,000 광년 떨어진 IRAS 19312+1950는 2000년 경에 발견되었는데, 처음 이 별을 분석한 과학자들은 이 별이 상당히 나이가 든 별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별의 질량은 태양의 10배 수준이고 밝기는 2만배 수준으로 사실 짧고 굵게 사는 별이기 때문에 나이든 별이라는 것은 이제 죽을 날이 멀지 않은 별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런 결론을 내린 이유는 메이저 (maser) 분석 결과입니다. 메이저는 마이크로웨이브 파장에서 나오는 레이저와 비슷한 원리로 라디오 파 파장에서 나오는 빛입니다. 과학자들은 산화 실리콘 (SiO) 및 수산기(OH)에서 나오는 파장을 확인했는데, 이런 원소는 나이든 별이 풍부합니다. 생성된지 얼마 되지않아 아직 수소 핵융합 반응만 일어나는 젊은 별에서는 잘 생성되지 않는 원소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나사 고다드 우주 비행 센터의 마틴 코디너(Martin Cordiner, an astrochemist working at 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와 그의 동료들은 나사의 스피처 우주 망원경과 유럽 우주국의 허셜 우주 망원경을 이용해서 이 별을 다시 관측했습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이 별이 점차 밝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 이유는 사실 이 별이 성장하는 아기별로 주변에서 가스를 흡수하면서 점차 가스를 걷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이든 별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입니다. 더구나 이 별 주변에서는 아기 별에서 흔하게 관측되는 고속 (초속 90km)의 제트도 같이 관측되었습니다. 이는 이 별이 태어나는 중이라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참고로 이 별이 위치한 가스 성운은 태양 질량의 500배에서 700배에 달하는 가스를 지니고 있는데, 만약 이 별이 오래되었다면 이런 가스 성운 한 가운데 있다는 것이 다소 이해가 되지 않지만 새로 생성된 별이라면 쉽게 그 구조가 이해가 가능합니다. 이 별의 구성이 늙은 것은 본래 그런 구성을 한 가스 성운에서 태어났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다만 앞으로 이 별의 비밀에 대해서 더 밝혀야 할 것이 많습니다. 이 별이 태어난 장소는 과거 별이 탄생하는 성운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장소입니다. 더구나 이 별은 주변에 있는 얼음과 먼지를 걷어내면서 더 밝아지고 있는데, 주변 물질과의 상호 작용 역시 독특한 과정으로 생각됩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우주에 '애늙은이' 같은 별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각각의 개성이 있듯이 별 역시 마찬가지인지 모릅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