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ossil ptilodactyline beetle found in amber from Mexico. The black arrow points to pollinia attached to the beetle's mouthparts. Credit: Entomological Society of America)
꽃가루 매개자 (pollinator)라는 단어는 벌이나 나비를 먼저 떠올리게 만듭니다. 하지만 곤충학자들은 이들 이외에 딱정벌레(beetles) 역시 꽃가루를 옮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딱정벌레가 꽃가루 매개자 역할을 해온 게 적어도 수천 만년 전이라는 사실이 화석을 통해서 입증되었습니다.
일반적인 화석은 꽃가루나 딱정벌레의 미세한 구조를 보존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이런 연구는 한 가지 예외 - 즉 호박 속에 갇힌 곤충 화석 - 을 통해서 연구가 가능합니다.
오레곤 주립 대학의 곤충학자인 조지 포이너(George Poinar, Jr)는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2,000-4,500만년 사이 살았던 딱정벌레 화석(Cylindrocites browni, subfamily Cryptorhynchinae/버들바구미아과)과 멕시코에서 2,200-2,600만년 사이 살았던 딱정벌레 화석(Annulites mexicana, family Ptilodactylidae)에서 입 주변의 꽃가루의 증거를 확인했습니다. 이는 딱정벌레가 꿀을 먹으면서 꽃가루를 옮겼다는 매우 분명한 증거입니다.
발견된 꽃가루는 난초과(orchid)에 속하는 것인데 흥미롭게도 현재 버들바구미아과의 딱정벌레 가운데 난초에 꽃가루를 매개하는 것은 없다고 합니다. 특히 Ptilodactylidae과의 경우 꽃가루 매개 곤충 자체가 없다고 하네요. 이는 딱정벌레가 꽃가루 말고도 먹을 게 많은 곤충이라는 점과 연관이 있을 것입니다.
사실 꽃가루 매개자라는 생존 전략은 꿀을 빠는 직업인 것 같지만, 생각보다 꿀의 수급이 좋지 않을 때는 위험한 생존 전략입니다. 꿀이라는 하나의 자원에 의존할 뿐 아니라 나비나 벌 같은 경쟁자도 존재하기 때문이죠. 아마도 이런 이유와 더불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딱정벌레가 벌처럼 꽃가루 매개에 특화된 곤충이 되지 않은 이유일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시대에도 꽃가루를 매개하는 딱정벌레가 있고 기타 다양한 곤충과 새, 심지어 포유류 (박쥐)가 꽃가루 매개에 관련되어 있습니다. 역시 꿀빠는 직업이 가지는 매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참고
George Poinar. Beetles with Orchid Pollinaria in Dominican and Mexican Amber, American Entomologist (2016). DOI: 10.1093/ae/tmw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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