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artist's rendering of oviraptorid theropods. Credit: Doyle Trankina and Gerald Grellet-Tinner)
공룡이 온혈동물인지 냉혈동물인지는 지난 150년간 논란을 불러왔던 주제였습니다. 과거에는 파충류와의 유사성이 강조되면서 냉혈동물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조류와의 연관성이 증명되면서 온혈동물이거나 최소한 중혈동물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체온을 측정하는 것이지만, 영화에서처럼 공룡을 다시 살려내지 않는 이상 실제 체온을 측정한다는 일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비록 직접 측정이 불가능한 건 사실이겠지만, 과학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공룡의 체온을 측정할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UCLA의 과학자들은 잘 보존된 공룡의 알이 동위원소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 과제에 도전했습니다.
연구팀은 살아있는 조류와 악어 등을 연구해 알이 생성되는 온도와 체온과의 연관성을 조사했습니다. 이들은 무거운 동위원소인 탄소 13과 산소 18를 측정했는데, 알이 형성되던 당시 체온이 낮을 수록 이 무거운 동위원소가 더 뭉치는 현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알은 암컷의 체내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간접적으로 체온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만약 지금과 같은 과정이 과거에도 발생했다고 본다면 적어도 공룡 암컷의 체온은 알아낼 수 있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고비 사막에서 발견된 가장 잘 보존된 오비랍토르 알 화석 13개와 아르헨티나에서 발견된 거대한 네발 초식 공룡인 티타노사우루스 알 6개를 확보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각각 7100~7500만년전과 8000만년 전의 알 화석입니다.
그 결과 티타노사우루스의 체온은 섭씨 37.8도 정도였고 오비랍토르는 32도 아래일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체격이 큰 공룡의 체온이 더 높았다는 반증으로 적어도 공룡 가운데 일부는 항온성이 아니라 중온성 동물이였다는 기존의 가설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항온 동물인 조류나 포유류는 몸크기에 상관없이 체온이 비교적 비슷함)
참고로 같은 연구팀이 역시 이빨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서 티타노사우루스의 체온이 38도 정도라는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 연구 결과는 여기에 부합되는 내용입니다.
물론 이 연구 하나로 모든 논란이 종식되지는 않았겠지만, 조류와 연관성이 큰 작은 수각류 공룡이 더 체온이 높았을 것이라는 기존의 편견을 깨는 재미있는 연구 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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