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ult woman AE1175 (left) and adult man AE1176 (right) excavated atAltenerding and found positive for presence of Y. pestis © State Collection of Anthropology and Palaeoanatomy Munich).The arrow shows the third Molar sampled from individual AE1175 from which the Altenerding high coverage genome was obtained.Grave goods of individual AE1175 and AE1176 typical of the middle of the 6th century (©Archaeological State Collection Munich), Grave goods not shown true to scale). Credit: State Collection of Anthropology and Palaeoanatomy Munich)
6세기 경 동로마 제국은 유스티니아누스 대제의 통치하에 번영을 누렸지만,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와 기근으로 인해 엄청난 타격을 받았습니다. 특히 기근 이후에 찾아온 전염병은 유스티니아누스 역병 (Justinian plague)으로 불리며 전체 인구의 상당수가 순식간에 사라져 제국의 넓은 지역이 초토화되었습니다. 이전에 전해드린 것처럼 역사학자들은 이런 자연 재해와 전염병이 동로마 제국의 몰락에 기여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역사학자들과 과학자들은 당시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의 원인이 페스트로 보고 있는데, 새롭게 그 증거가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그 증거가 독일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독일 고고학자 팀은 당시 역병으로 죽은 후 독일에 매장된 유골에서 페스트균 (Yersinia pestis)의 유전자를 추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이 독일까지 퍼졌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당시 기근과 전염병이 강타했던 것은 동로마 제국만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중세말의 흑사병 대유행에 앞서 중세초 유럽 역시 흑사병이 강타해 엄청난 인구를 잃었던 것입니다.
당시 교역망을 따라 페스트가 퍼지면서 주요 인구 밀집 지대가 상당한 인구를 잃었고 (추정으로는 세계 인구의 15%가 감소) 이는 중세 시대의 도래와 비잔틴 제국의 와해를 촉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 시기 유럽은 기록을 많이 남기지 못한 반면 비잔틴 제국은 많은 기록을 남겨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이죠.
이 유골에서 발견된 페스트 균은 과학자들에게 여러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특히 유전자를 확보한 것이 가장 큰 성과입니다. nrdE, fadJ, pcp 이라는 세 개의 유전자가 페스트 균의 병원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연구팀이 이를 분석한 바에 의하면 생각보다 페스트균의 유전적 다양성이 큰 것 같다고 합니다. 이번 발견은 페스트 균을 비롯한 치명적 전염성 세균의 진화를 연구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페스트균은 역사를 바꿀 만큼 무서운 세균 감염을 일으키지만, 다행히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이제는 자취를 감춘 질환입니다. 이런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사실 행운이라고 할 수 있죠. 20세기 이전에는 아무리 건강해도 전염병이 한 번 돌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갑자기 사망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우리가 늘 고마워하지 않지만, 우리는 근세 이전 어떤 왕이나 귀족도 누리지 못했던 높은 의학적 혜택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참고
Molecular Biology and Evolution, DOI: 10.1093/molbev/msw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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