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태양계 이야기 529 - 혜성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Evidence that Comet 67P/Churyumov-Gerasimenko is composed of ancient material preserved from the formation of the early Solar System and that came together under low speed. The evidence collected by Rosetta lies in the comet's structural properties, the gases detected leaving the nucleus, and observations of surface features. Credit: Centre: ESA/Rosetta/NavCam – CC BY-SA IGO 3.0; Insets: ESA/Rosetta/MPS for OSIRIS Team MPS/UPD/LAM/IAA/SSO/INTA/UPM/DASP/IDA; Fornasier et al. (2015); ESA/Rosetta/MPS for COSIMA Team MPS/CSNSM/UNIBW/TUORLA/IWF/IAS/ESA/BUW/MPE/LPC2E/LCM/FMI/UTU/LISA/UOFC/vH&S; Langevin et al. (2016))


 나사의 연구팀이 유럽 우주국의 로제타 탐사선 데이터를 이용해서 태양계 혜성 생성의 비밀을 밝혀냈습니다. 혜성은 단순히 아름다운 꼬리를 만들어 밤하늘의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태양계 진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재도 결론이 나지 않은 문제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혜성이 지구의 바다 생성 및 유기물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혜성이 어떻게 해서 생성되었는지 역시 논쟁이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인데, 지금까지 크게 두 가지 이론이 대립하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태양계 외곽에서 얼음과 일산화탄소, 먼지 등을 포함한 작은 천체들이 합체를 반복해서 점차 커져 지금의 해왕성 궤도 밖에 있는 TNOs(trans-Neptunian objects)가 된다는 것입니다. 지름이 400km가 넘으면 이 얼음 천체는 내부의 방사성 동위원소의 열과 압력으로 인해 내부가 녹게 되어 왜행성급 천체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이 충돌하면서 그 파편들이 혜성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작은 얼음 천체가 서서히 합체를 해서 지금과 같은 혜성이 되었다는 이론입니다. 물론 더 크게 합체하면 TNOs가 되는 것이죠. 첫 번째 이론은 아래 그림에서 왼쪽이고 두 번째 이론은 오른쪽에 설명되어 있습니다. 



(Two main theories exist for how comets are born. In both cases, 'pebbles' start assembling from debris in the solar nebula, reaching sizes of about 1 cm. Then, according to the collisional rubble pile theory (left column), large objects such as the trans-Neptunian objects (TNOs) formed rapidly, within the first one million year of the solar nebula, aided by turbulent gas streams and gravity that rapidly accelerated their growth to sizes of up to 400 km. These objects also underwent internal heating caused by the decay of radioactive substances, which resulted in their dense, low-porosity structure, and kept growing over the following 400 million years, some of them even reaching sizes of Pluto or Triton-sized objects. In this scenario, comets form from fragments created in collisions between TNOs in the outer Solar System, and therefore are relatively young. According to the primordial rubble pile theory (right), instead, comets took a different path. After the rapid initial growth phase of the TNOs, leftover grains and 'pebbles' of icy material in the cold, outer parts of the solar nebula started to come together at low speed, undergoing a gradual growth with no thermal processing to their interior and yielding comets roughly 5 km in size by the time gas has disappeared from the solar nebula. The larger TNOs played a further role in the evolution of comets: by 'stirring' the cometary orbits, additional material was accreted at somewhat higher speed over the next 25 million years, forming the outer layers of the comets. The stirring also made it possible for the few kilometre-sized objects in size to bump gently into each other, leading to the bi-lobed nature of some observed comets. In the second hypothesis, comets are ancient objects made out of debris left over from the main planet-building phase and which contain preserved remnants of the early solar nebula materials. Evidence collected by Rosetta strongly favours the primordial rubble pile hypothesis, namely that comets were built up slowly through low-speed accumulation of material into the shapes observed today. Credit: European Space Agency)


 로제타의 관측 데이터는 두 번째 가설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혜성 내부는 거대한 잡석더미처럼 빈공간이 많을 텐데 실제로 그런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기 태양계 외곽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한 얼음 천체는 우리가 현재 보는 TNOs들이 되면서 이 궤도에 있는 물질들을 대부분 흡수한 것으로 보입니다. 


 혜성은 그 이후 천천히 남은 물질들이 합체하면서 자라난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제로 67P 혜성 역시 두 개의 큰 덩어리가 아주 느린 속도로 합체되면서 현재의 아령같은 모양을 지니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모든 미스터리가 풀리지는 않겠지만, 이 이론이 맞다면 혜성은 태양계 초기 해왕성보다 먼 궤도에 있었던 작은 천체들의 집합이므로 여기에 태양계 생성의 중요한 비밀이 담겨있을 것입니다. 이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혜성을 향한 인류의 탐사는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것입니다.  


 참고 


B. J. R. Davidsson et al. The primordial nucleus of comet 67P/Churyumov-Gerasimenko, Astronomy & Astrophysics (2016). DOI: 10.1051/0004-6361/201526968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