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octopus touching a cup. Credit: Lena van Giesen)
문어, 오징어, 갑오징어 같은 두족류는 연체동물 가운데 가장 정교한 감각기관과 높은 지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유 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부드러운 다리와 몸의 형태는 물론이고 색상까지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진화시키면서 동시에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여기에 맞춰 유연하게 행동할 수 있는 지능까지 같이 진화했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을 경탄시키는 것은 탁월한 변신 능력과 지능만이 아닙니다.
두족류의 다리에는 수많은 흡판과 더불어 정교한 감각 신경이 분포해 있습니다. 문어의 경우 전체 뉴런의 2/3이 다리에 있을 정도입니다. 다리에 있는 수많은 감각 신경과 운동 신경, 그리고 색상을 조절하는 신경까지 합쳐져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두족류는 다리에도 뇌가 있다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심지어 다리에 있는 감각 신경으로 맛을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수용체로 이런 기능을 하는지는 잘 몰랐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포닥 연구자인 레나 반 지센 (Lena van Giesen)과 지도 교수인 니콜라스 벨라노(Nicholas Bellono)는 문어의 다리에 있는 화학촉각 수용체 (chemotactile receptor)를 연구했습니다. 문어의 촉수에 있는 감각 신경 가운데는 물에 잘 녹지 않는 성분을 감지해 다리에 있는 것이 먹이인지 아니면 바위나 먹을 수 없는 해조류인지 식별할 수 있는 수용체가 있습니다. 물론 인간에게는 없는 감각 기관이지만, 굳이 말하지면 후각보다는 미각에 더 가까운 감각입니다.
연구팀은 구체적으로 화학촉각 수용체가 있는 신경 세포를 분리한 다음 여기서 의심되는 수용체를 분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이 수용체 유전자를 개구리와 사람 세포에 삽입해 반응을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이 수용체가 실제로 문어의 흔한 먹이에 반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실제 문어를 통해서도 같은 반응이 나타나는 것을 추가 검증했습니다.
촉수로도 맛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생긴 이유는 촉수에 잡힌 물체가 무엇인지 바로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더 나아가 복잡한 촉수의 움직임을 뇌에서 다 통제하지 않고 반자율적인 촉수에서 해결하면 매우 빠른 반응이 가능합니다. 촉수에 잡힌 것이 물고기나 게가 확실하면 눈으로 확인할 필요 없이 빨판과 촉수로 휘감아 잡아먹는다면 당연히 생존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무튼 보면 볼수록 놀라운 문어, 오징어의 감각 능력이라고 하겠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0-10-octopus-suckers.html
Cell, van Giesen et al.: "Molecular basis of chemotactile sensation in octopus" www.cell.com/cell/fulltext/S0092-8674(20)31149-1 , DOI: 10.1016/j.cell.2020.09.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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