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resolution scanning electron microscope images of fossil cell coverings of nannoplankton highlighting holes that would have allowed flagella and haptonema to emerge from the cell and draw in food particles. Credit: Paul Brown/University College London)
(Graphic explaining the research method and findings. Credit: Gibbs et al)
광합성을 통해 영양분을 생산하는 식물의 장점은 웬만해선 굶어죽을 염려가 없다는 것입니다. 식물을 먹는 동물이나 전염병, 가뭄, 산불 등 다양한 재해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세포 단위에서 거대한 나무까지 식물이 지구상 어디에서나 번성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씩 대부분의 동식물이 버티기 어려운 재난도 있게 마련입니다. 6600만년 전 지구를 강타한 소행성 충돌이 그런 경우입니다.
이 시기에 수많은 동식물이 사라졌는데, 해양 생태계의 기초를 이루는 식물성 플랑크톤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특히 소행성 충돌의 결과로 발생한 거대한 먼지와 재가 하늘을 덮어 한동안 광합성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결국 식물성 플랑크톤이 사라지면서 해양 먹이 사슬 자체가 붕괴되어 모사사우루스나 암모나이트 같은 중생대 해양 생물이 멸종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캘리포니아 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 (UC Riverside)의 과학자들은 이 시기 살아남은 식물성 조류 플랑크톤 중 상당수가 혼합영양생물 (mixotroph)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조류(algae) 가운데서 광합성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른 생물을 잡아먹을 수 있는 혼합영양성 조류 (mixotrophic algae)는 현재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당시 지층에서 발견된 조류 화석을 분석해 대멸종 직후 상당수의 조류가 혼합영양성 조류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놀라운 일이 아닌게 광합성은 힘들고 닥치는대로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가장 유리한 생물체는 바로 이런 잡식성 생물이기 때문입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순수한 식물성 조류였다가 포식 능력을 획득한 경우도 있고 반대로 동물성 플랑크톤이었는데,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는 과정에서 엽록체를 확보해 광합성이 나선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튼 다른 경쟁자가 사라진 환경에서 잡식성 조류는 박테리아를 먹으면서 어려운 상황을 이겨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시기는 길지 않았습니다. 대멸종 직후 다시 환경이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광합성만으로 충분한 에너지를 구할 수 있는 상황이 되자 후손 중 상당수는 포식성을 던지고 순수 식물성 플랑크톤으로 회귀하게 됩니다. 아무튼 식물성 플랑크톤이라도 어쩔 수 없을 땐 고기를 먹어서 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 부분 같습니다.
참고
"Algal plankton turn to hunting to survive and recover from end-Cretaceous impact darkness" Science Advances (2020). advances.sciencemag.org/lookup … .1126/sciadv.abc9123
https://phys.org/news/2020-10-survive-asteroid-impact-alga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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