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sponge. Credit: Elsa B. Girard)
해양 미세 플라스틱 문제는 최근 가장 큰 이목을 끌고 있는 환경 문제입니다. 과학자들은 다양한 해양 생물과 인간을 포함해 그 해양 생물을 먹고 사는 동물들의 미세 플라스특 오염 문제를 알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미세 플라스틱 오염 정도가 수심과 지역에 따라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그리고 생물체의 몸으로 얼마나 흡수가되는지 아직도 모르는 부분이 많습니다.
뮌헨에 있는 루드비히 막시밀리안 대학(Ludwig Maximilian University of Munich)의 과학자들은 해면동물을 생체 측정 장치로 사용하는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연구팀이 착안한 점은 해면이 엄청난 양의 바닷물을 걸러먹는 생물이라는 점입니다. 해면 자체는 광물이나 식물처럼 움직임이 없지만 동물로 분류되는 데 그 이유는 물을 걸러 박테리아 같은 유기물을 걸러 먹는 생물이기 때문입니다. 해면동물의 깃세포(choanocyte) 한쪽 방향으로 노를 젖는 조정경기 선수처럼 한쪽으로 열심히 물을 저어 물속에서 먹이를 걸러냅니다. 1kg의 해면이면 하루 수천 리터의 바닷물을 걸러낼 수 있습니다. 해면동물은 바다의 필터나 혹은 진공청소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해면동물은 미세 플라스틱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름 5mm 이하의 미세 플라스틱이 해면동물의 통로를 막아버리거나 혹은 아주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 대신 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해면동물의 조직은 그 지역의 미세 플라스틱 오염 정도를 쉽게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 아이디어를 검증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방카 (Bangka in Northern Sulawesi (Indonesia)) 인근 해안에서 15종의 보통해면류 (demosponges) 조직을 조사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해면동물의 조직에서 눈으로 잘 보이지 않는 미세 플라스틱 조각을 찾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연구팀은 two-photon excitation microscopy (TPE)라는 방법으로 미세 플라스틱의 존재를 확인한 후 라만 분광기 (Raman spectroscopy)를 이용해 그 종류도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해면 조직 1g 당 90-600개의 미세 플라스틱을 지니고 있었으며 종류는 34가지에 달했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의 종류는 폴리스티렌 같은 합성수지 소재가 가장 흔했지만, 이산화티타늄 (TiO2)처럼 염료로 사용되는 물질도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이 지역에서 수백 g 짜리 작은 해면 하나에 1만 개 정도의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 있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미세 플라스틱 오염 정도를 측정하는 데 쉽게 구할 수 있는 해면동물이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해면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해양 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구성원입니다. 당장에는 해면동물이 미세 플라스틱 오염을 이겨내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0-10-sponges-biomonitors-micropollution.html
Elsa B. Girard et al. Sponges as bioindicators for microparticulate pollutants?, Environmental Pollution (2020). DOI: 10.1016/j.envpol.2020.115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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