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University of Birmingham)
중생대의 하늘을 지배한 생물인 익룡은 지구 역사상 가장 미스터리한 날짐승입니다. 작은 것은 참새만 했지만, 큰 것은 전투기에 견줄만한 날개 폭을 지녀 어떻게 하늘을 날 수 있었는지 지금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입니다. 과학자들에게 또 다른 의문은 과연 뭘 먹고 살았는지 입니다. 어떻게 먹고 사느냐가 그 동물의 생태학적 지위와 진화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버밍햄 대학의 조던 베스트윅 박사 (Dr. Jordan Bestwick, of the University of Birmingham's School of Geography, Earth and Environmental Sciences)가 이끄는 연구팀은 17종의 익룡 이빨 화석을 분석해 이들의 식생활을 재구성했습니다. 그 결과 시기에 따른 익룡 식이 패턴의 변화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공룡 영화나 다큐멘터리의 영향으로 거대한 익룡이 작은 공룡이나 사람 (영화) 혹은 물고기 (다큐멘터리)를 잡아먹는 상황에 익숙하지만, 사실 익룡은 크기도 다양할 뿐 아니라 아무리 큰 익룡도 알에서 깨어난 후 새끼 때는 작을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새끼 익룡의 먹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랐을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빨 화석에 남은 흔적을 현생 동물과 비교해 구체적으로 어떤 먹이를 먹고 살았는지 분석했습니다. 물고기 같아 부드러운 먹이를 삼키는 악어 같은 파충류는 이빨 표면에 마모된 흔적이나 자국이 별로 남지 않지만, 단단한 껍질을 지닌 갑각류나 곤충류를 먹는 경우 마모된 흔적이 많이 남게 됩니다. 이를 토대로 현생 파충류와 비교한 결과 익룡 역시 새끼 때와 성체가 먹이가 서로 달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쥐라기 익룡 중 하나였던 람포린쿠스 (Rhamphorhynchus)는 새끼 때는 곤충이나 갑각류 같은 단단한 먹이를 먹다가 성체는 주로 물고기를 먹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새끼와 성체가 서로 다른 먹이를 먹는 것은 먹이를 두고 경쟁하지 않기 때문에 현명한 생존 전략이기도 합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발견은 2억 1000만년 전부터 6600만년 전까지 시기에 따라 초기 익룡은 곤충 같은 작은 먹이를 먹었는데 반해 후기로 갈수록 물고기나 다른 동물처럼 큰 먹이를 먹는 익룡의 비중이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중생대 후기에 조류와의 먹이 경쟁이 심화되면서 익룡이 몸집을 키우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백악기 후기에 가장 거대한 익룡들이 등장한 이유가 설명될 수 있습니다.
몸집을 키워 생태학적 지위를 옮기면 새와의 경쟁은 피할 수 있었겠지만, 개체수가 크게 줄어 멸종 위기에 취약해집니다. 어쩌면 익룡이 결국 비조류 공룡과 함께 멸종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0-10-pterosaurs-dental-reveal-clues-diets.html
Jordan Bestwick et al. Dietary diversity and evolution of the earliest flying vertebrates revealed by dental microwear texture analysis, Nature Communications (2020). DOI: 10.1038/s41467-020-19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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