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고릴라에게는 골다공증이 없다?

 



(Photo of adult female Virunga mountain gorilla with baby. Inset shows bone mineral scans of third lumbar vertebrae of young (19.9 years, top image) and old (38.3 years, bottom image) female gorillas. A Johns Hopkins Medicine study shows that unlike human females, the bone mineral density in these animals does not decline with age. Credit: Gorilla photo: Jordi Galbany and Dian Fossey Gorilla Fund; bone scans: Johns Hopkins Center for Functional Anatomy and Evolution)



 인간은 수명이 길기 때문에 여러 가지 퇴행성 질환을 앓게 됩니다. 특히 현대 의학이 발달하고 산업화가 이뤄진 이후에는 평균 수명이 매우 길어져 오랜 세월 만성 질환을 앓는 경우를 흔하게 봅니다. 과거에는 오래 사는 사람의 비율이 적었지만, 이제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긴 노인 시기를 보내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자연 상태의 동물들은 만성 퇴행성 질환을 겪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드문 편입니다. 자연 상태에서 질병을 가지고 오래 살 가능성이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흥미롭게도 일부 동물들은 노화와 관련된 퇴행성 질병을 매우 드물게 앓거나 아예 겪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존스 홉킨스 의대의 크리스토퍼 러프 교수 (Christopher Ruff, Ph.D., professor at the Center for Functional Anatomy and Evolution at the Johns Hopkins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가 이끄는 연구팀은 여러 기관의 연구자와 협력해 르완다 화산 국립 공원 (Volcanoes National Park)에 있는 고릴라를 연구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고릴라 암컷은 인간 여성과는 달리 골다공증을 겪지 않습니다. 


 

 골다공증은 매우 흔한 퇴행성 질환의 하나로 폐경 후 여성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뼈가 약해진다고 해서 바로 증상이 나타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종종 무증상으로 치료하지 않고 지내다가 골절로 인해 진단받고 치료하게 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물론 요즘은 건강 검진이 활발해 무증상 상태에서 진단 되는 경우가 흔하지만, 초기부터 치료하더라도 노화에 따른 뼈 약화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가장 가까운 사촌 중 하나인 고릴라는 이런 문제를 겪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연구팀은 16마리의 암컷 고릴라와 17마리의 수컷 고릴라 성체 (11-43세 사이)의 CT 이미지를 얻어 뼈의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나이에 따른 뼈의 변형은 관찰되었지만, 인간처럼 나이가 듦에 따라 급격히 뼈의 강도가 약해지는 현상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암수에 따른 차이도 없었습니다. 물론 고릴라가 늙지 않거나 퇴행성 변화가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처럼 병적으로 골밀도가 감소하는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그 이유에 대해서 암컷 고릴라의 호르몬 수치가 나이가 들어서도 유지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물론 생활 습관에 따른 차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고릴라는 나이가 들어도 부지런히 움직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육체 활동이 적은 인간에 비해 뼈가 튼튼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튼튼하지 못한 고릴라는 야생에서 이미 죽었을 것입니다. 그것이 나이든 고릴라가 나이든 인간보다 더 튼튼한 이유 중 하나겠죠. 



 하지만 아직 우리가 모르는 생리적 특징 덕분에 고릴라가 골다공증을 겪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비결을 밝혀내면 인간의 골다공증 치료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0-09-bones-wild-gorillas-dont-osteoporosis.html



Christopher B. Ruff et al. Skeletal aging in Virunga mountain gorillas,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2020). DOI: 10.1098/rstb.2019.0606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