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cycle of Schistosoma mansoni. 출처: Guido4/wikipedia)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지만, 많은 저위도 국가에서 유행하는 기생충인 주혈흡충 (schistosomes)은 전세계적으로 매년 최대 25만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습니다. 이 기생충은 물속에 있는 달팽이 몸에서 증식한 후 사람의 피부를 뚫고 침입하는 독특한 생활사를 지니고 있어 음식을 조심해도 부주의하게 오염된 물에 들어가면 감염될 수 있습니다. 일단 매년 수억 명의 사람이 이 기생충에 감염되는데, 혈관에 기생하는 특징 때문에 여러 가지 합병증을 유발합니다. 그외에도 수컷이 암컷을 데라다 키우는 등 여러 가지 독특한 특징을 지닌 기생충입니다.
주혈흡충: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76588&cid=58943&categoryId=58962
말라리아와 더불어 주혈흡충이 잘 정복되지 않는 이유는 워낙 자연계에 흔한 기생충일 뿐 아니라 현재 치료제가 오래전 나와 있는 것 뿐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추혈흡충은 오래전 개발된 프라지퀀텔 (praziquantel) 외에는 특효약이 없는데, 이마저도 효과가 충분치 않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주혈흡충증이 주로 개도국에서 유행하기 때문에 제약회사들이 신약을 개발할 동기가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텍사스 대학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의 제임스 J 콜린스 교수 (James J. Collins III, Ph.D., associate professor in UTSW's department of pharmacology)가 이끄는 연구팀은 새로운 접근법을 통해 기존의 약물 가운데 주혈흡충에 대한 치료제를 검색했습니다.
연구팀은 우선 대표적인 주혈흡충인 만손주혈흡충 (Schistosoma mansoni)의 유전자 2261개 가운데 20%에 해당하는 유전자를 RNA 간섭 (RNA interference (RNAi))법을 이용해 작동을 중단시켰습니다. 이 방법은 DNA는 그대로 두고 RNA의 작동만 방해해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유전자 돌연변이보다 더 빠르고 간편하게 유전자의 기능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 방법을 통해 250종의 RNA가 만손주혈흡충 세포의 생존에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이 RNA를 분석해 약물 치료제 개발에 가장 좋은 목표를 검색했습니다. 그 결과 두 가지 종류의 단백질 인산화효소 (protein kinases)가 가장 유망하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근육에 있는 이 두 가지 단백질을 차단하면 주혈흡충이 마비되어 결국 죽게 됩니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새로운 약물 개발은 물론 기존에 있는 약물 중에 혹시 효과가 있을지 모르는 약물을 빠르게 검색할 수 있습니다. RNA 간섭을 이용한 약물 치료제 개발이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나면 앞으로 기생충 치료제 개발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0-09-achilles-heel-killer-parasite.html
https://en.wikipedia.org/wiki/Schistosoma_mansoni
Jipeng Wang et al, "Large-scale RNAi screening uncovers therapeutic targets in the parasite Schistosoma mansoni" Science 25 Sep 2020: Vol. 369, Issue 6511, pp. 1649-1653. science.sciencemag.org/cgi/doi … 1126/science.abb7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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