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laria parasites at normal body temperature (left) and fever-like temperatures (right). A new study finds that the malaria parasite puts body armor around its 'gut' to withstand its human host's raging fevers. Credit: Kuan-Yi Lu, Duke University)
말라리아는 3-4일 간격으로 고열을 동반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고열 반응은 말라리아 원충이 생활 사이클과 관련이 있는데, 흥미로운 부분은 고열 자체는 말라리아를 포함한 기생충과 세균을 공격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세균이나 기생충이 견딜 수 있는 온도를 넘어서는 열을 만들면 상대적으로 공격이 쉬워지고 대사 과정도 빨라져 면역 기능도 활성화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지나친 경우 환자가 고통스럽고 탈진되기 때문에 적당히 조절해 줄 필요도 있습니다.
아무튼 말라리아 기생충 입장에서는 섭씨 40도가 넘는 숙주의 고열이 견디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말라리아 원충은 이를 잘 극복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듀크 대학의 연구팀은 그 비결을 알아내기 위해 열대열원충 (Plasmodium falciparum)을 숙주와 비슷한 실험실 환경에서 테스트 했습니다. 섭씨 37도에서 40도 사이 온도 변화에서 가장 뚜렷하게 관찰된 변화는 포스파티딜이노시톨 3-인산(phosphatidylinositol 3-phosphate, PI(3)P)의 생산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이 물질은 말라리아 원충의 장이라고 할 수 있는 식포 (food vacuole)의 주요 구성 물질입니다.
만약 말라리아 원충의 식포가 파괴되면 내부에 있는 음식물은 물론이고 소화 효소까지 같이 새어나오게 됩니다. 따라서 말라리아 원충에게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말라리아 원충은 체온이 오르면 식포의 벽을 강화하기 위해 지질 성분 중 하나인 PI(3)P를 생산하는데 이 물질은 Hsp70라는 단백질과 결합해 식포를 안전하게 보호합니다. 연구팀은 이 물질을 억제하는 약물과 함께 항말라리아제인 아르테미시닌 (artemisinin)을 투여했습니다. 그 결과 열대열원충의 약물 내성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으로 말라리아 치료에서 새로운 목표를 발견한 셈입니다.
말라리아 기생충에게도 숙주 체내가 꼭 살기 편한 낙원은 아닐 것입니다. 이들 역시 기생충을 제거하려는 숙주의 거센 공격을 막아내야 합니다. 역으로 기생충의 방어 기전을 이해한다면 기생충을 박멸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Kuan-Yi Lu et al, Phosphatidylinositol 3-phosphate and Hsp70 protect Plasmodium falciparum from heat-induced cell death, eLife (2020). DOI: 10.7554/eLife.56773
https://phys.org/news/2020-10-malaria-parasites-feve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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