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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이야기 1076 - 여러 가지 금속 성분이 발견된 뜨거운 행성 WASP-121b




 (The top of the planet's atmosphere is heated to a blazing 2,500 degrees Celsius, hot enough to boil some metals. Credit: NASA, ESA, and G. Bacon (STSci))



 우주에는 모항성에 매우 가까운 위치에 있는 거대 가스 행성인 뜨거운 목성형 행성이 흔합니다. 태양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 독특한 행성은 극단적인 환경으로 인해 일반적인 행성의 대기에서는 볼 수 없는 물질이 검출됩니다. 지구에서 850광년 떨어진 WASP-121b는 그 중 대표적인 행성으로 지구보다 모항성에 40배나 더 가까이 있어 표면 온도가 섭씨 2500-3000도에 달합니다. 강력한 항성풍과 뜨거운 표면 온도 때문에 WASP-121b는 증발하고 있을 뿐 아니라 모항성에 가까운 쪽이 볼록하게 튀어나온 독특한 외형을 지니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이런 극단적인 환경 덕분에 WASP-121b의 스펙트럼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높은 온도와 주변으로 분출되는 가스 덕분에 지구에서도 관측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전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허블 우주 망원경을 이용해 철과 마그네슘의 존재를 증명했습니다. 



 이전 포스트: https://blog.naver.com/jjy0501/221604029273



 베른 대학의 젠스 호에이지마커스(Jens Hoeijmakers, postdoctoral research fellow at the National Centre of Competence in Research PlanetS at the Universities of Bern and Geneva)가 이끄는 연구팀은 고해상도 HARPS 분광기 관측을 통해 WASP-121b의 대기에서 7종의 금속 성분을 확인했습니다. 바나듐, 철, 크롬, 칼슘, 소듐, 마그네슘, 그리고 니켈이 그것입니다. 물론 WASP-121b의 대기 온도는 매우 높기 때문에 이 금속 성분들이 모두 기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WASP-121b의 대기 구조가 목성이나 토성처럼 매우 복잡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연구팀의 모델에서는 티타늄 같은 더 흔한 금속은 사라지고 대신 바나듐처럼 더 드문 금속이 검출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 관측 결과도 이와 부합하는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멀리 떨어진 외계 행성의 복잡한 대기 구조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 단서를 찾아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모르긴 해도 보통 목성보다 더 크고 막대한 에너지를 받고 있는 뜨거운 목성들은 태양계 어떤 행성보다도 복잡하고 특이한 대기를 지니고 있을 것입니다. 생명체 존재 가능성은 물론 없지만 그래도 흥미로운 존재인 뜨거운 목성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도 활발히 지속될 것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0-10-vaporized-metal-air-exoplanet.html



H. J. Hoeijmakers et al, Hot Exoplanet Atmospheres Resolved with Transit Spectroscopy (HEARTS), Astronomy & Astrophysics (2020). DOI: 10.1051/0004-6361/202038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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