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CC0 Public Domain)
펜실베니아 대학 페렐만 의과대학 (Perelman School of Medicine at the University of Pennsylvania)의 과학자들이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땅벌 (Vespula lewisii, Korean yellow-jacket wasp)에서 새로운 항생 물질 후보를 찾아냈습니다. 말벌과에 속하는 땅벌은 말벌과에서는 작은 편으로 사람을 잘 공격하지는 않기 때문에 안전한 편이지만, 그 독은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앞서 여러 번 소개한 것처럼 자연계의 독 가운데는 독특한 특성을 지닌 것들이 많아 신약을 개발하려는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펜실베니아 대학 연구팀은 땅벌의 독에 있는 독성 물질 중 하나인 마스토파란-L (mastoparan-L)에 주목했습니다. 많은 독이 그렇듯이 이 물질은 적혈구 등 세포에 해로운 물질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세균에도 해로운 물질이기도 합니다. 연구팀은 작은 펩타이드인 마스토파란-L에서 사람에게 해로울 수 있는 부분을 살짝 변형한 mast-MO을 만들었습니다. 목적은 인체 부작용은 줄이고 세균에 대한 항생 효과는 극대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연구팀은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는 대장균 및 황색 포도상구균을 투여한 쥐를 대상으로 mast-MO와 마스토파란-L을 투여해 생존율 및 반응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mast-MO 투여시 생존 가능성이 높았으며 특별한 부작용도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변형된 땅벌 독이 잠재적 항생제 후보가 된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바로 임상 시험에 돌입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엄격한 동물 실험을 통과한 후 조심스럽게 1상 임상 시험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이렇게 해서 3상까지 진행할 수 있는 약물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후보군이 많을 수록 신약 개발 가능성도 커지게 마련이라 과학자들은 부단히 자연계에서 후보 물질을 찾고 있습니다.
과연 '코리안' 땅벌의 독에서 내성균에 효과적인 슈퍼 항생제가 개발됐다는 소식을 듣게 될지 궁금합니다.
참고
Osmar N. Silva el al., "Repurposing a peptide toxin from wasp venom into antiinfectives with dual antimicrobial and immunomodulatory properties," PNAS (2020). www.pnas.org/cgi/doi/10.1073/pnas.2012379117
https://phys.org/news/2020-10-scientists-bacteria-killing-molecules-wasp-venom.html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