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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충돌이 영거 드라이아스의 원인일까?



(University of South Carolina archaelogist Christopher Moore (second from right) and colleagues collect core samples from White Pond near Elgin, South Carolina, to look for evidence of an impact from an asteroid or comet that may have caused the extinction of large ice-age animals such as sabre-tooth cats and giant sloths and mastodons. Credit: University of South Carolina)


 지금으로부터 13000년 전 빙하기가 끝난 지구는 따뜻해졌던 기후가 갑자기 추워지는 영거 드라이아스 (Younger Dryas)를 겪었습니다. 이 시기에 인구가 감소했으며 대형 동물 중 상당수가 큰 타격을 입고 완전히 멸종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당시 녹아내렸던 빙하호수에서 대규모로 차가운 물이 북대서양으로 유입되면서 해류 순환이 끊겨 갑자기 북위도 지역의 기온이 하강한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했으나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수도 있습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대학의 고고학자인 크리스토퍼 무어 (Christopher Moore)와 그 동료들은 대안적인 가설인 충돌설 (Younger Dryas Impact Hypothesis)를 지지하는 증거를 찾아냈습니다. 충돌설이 나온 이유는 2007년 쯤 당시 지층에서 다소 높은 이리듐과 백금 동위원소의 흔적을 찾으면서부터 입니다. 이후 이 가설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은 추가적인 증거를 찾기 위해서 당시 지층을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사우스 캘리포니아의 화이트 폰드 (White Pond near Elgin, South Carolina, 사진)에서 당시 지층에 백금 함량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백금은 지구에서 희토류 원소로 금보다 더 드물게 분포하지만, 소행성이나 혜성에서는 지구 지각보다 높은 비유로 존재합니다. 백금은 원자량이 큰 무거운 원소이기 때문에 지구 핵으로 대부분 가라앉지만, 소행성에서는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백금이나 이리듐 농도가 높은 지층은 커다란 소행성이나 혜성 충돌의 결과일 수 있지만, 6600만년 전 대규모 충돌처럼 큰 충돌조차 발견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영거 드라이아스 충돌 가설은 최근에야 증거들이 발견되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동시에 그린란드에서 비교적 최근에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크레이터가 발견되면서 그 연관성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소행성 충돌 가설은 당시 있었던 거대 동물의 멸종과 연관이 있을 수 있어 흥미로운 가설 중 하나입니다. 당시 아메리카 대륙에는 매머드 이외에도 매우 다양한 거대 포유류가 살고 있었으나 이 시기에 갑작스런 멸종을 맞이합니다. 이것이 인간 때문인지 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데, 만약 소행성 가설이 옳다면 인간의 혐의는 좀 낮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참고 


Christopher R. Moore et al. Sediment Cores from White Pond, South Carolina, contain a Platinum Anomaly, Pyrogenic Carbon Peak, and Coprophilous Spore Decline at 12.8 ka, Scientific Reports (2019). DOI: 10.1038/s41598-019-515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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