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작은 뇌에도 뛰어난 시력을 지닌 갯가재의 비밀


(With exceptionally keen vision and the fastest strike in the animal kingdom, mantis shrimp are formidable predators of coral reefs around the world. Credit: Roy L. Caldwell/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Researchers stained mantis shrimp brain specimens with antibodies to obtain highly detailed images showing various types of neuronal processes. The reniform body (inset) is connected to the eye's visual (middle- and upper-left) and learning and memory center (small, blue structure at bottom). Credit: Marcel Sayre/Lund University Sweden and Roy L. Caldwell/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갯가재 (mantis shrimp)는 매우 독특한 갑각류입니다, 자연계에서 가장 빠른 주먹을 지닌 생물로 이를 이용해 사냥을 하는데, 엄청난 충격을 견딜 수 있는 특수한 구조를 지녀 소재 공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1만G의 가속도를 견디면서도 가벼운 생체 소재를 모방할 수 있다면 소재 공학의 혁신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갯가재에서 놀라운 부분은 주먹만이 아닙니다. 호주, 미국의 과학자들 (Hanne Thoen and Justin Marshall at Queensland Brain Institute at the University of Queensland in Brisbane, Australia, teamed up with Nicholas Strausfeld at the University of Arizona,)이 이끄는 국제 과학자팀은 갯가재의 시력에 대해서 조사했습니다. 


 사실 갯가재는 몸집에 비해 작은 뇌를 지니고 있지만, 시력은 매우 우수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절지동물의 겹눈 구조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놀랍게도 편광을 포함 12가지 파장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사실상 가시광 영역에서 일부 파장만 볼 수 있을 뿐입니다. 물론 카메라 같은 눈을 지닌 사람이 물체의 형태를 파악하는데 훨씬 유리하지만, 갯가재 역시 인간은 볼 수 없는 다양한 파장을 감지해 먹이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주먹을 날립니다. 


 연구팀은 갯가재의 뇌 앞쪽에 있는 reniform body 라는 신경핵에 그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reniform body는 갯가재의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버섯체 (mushroom body)와 연결되어 빠른 속도로 시각적 정보를 처리하고 숨어 있는 먹이를 파악할 수 있게 합니다. 버섯체는 후각 정보도 처리하기 때문에 갯가재는 시각 및 후각 정보를 통합해 주변 환경과 먹이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갯가재 자체는 척추동물보다 단순한 구조를 지닌 갑갈류에 불과하지만, 이들 역시 수억 년의 진화 과정을 통해 획득한 놀라운 능력들이 있습니다. 뛰어난 시력과 작지만 효율적인 뇌, 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주먹과 그 힘을 견디는 외골격 등 과학자들의 흥미를 끄는 요소가 하나 둘이 아닙니다. 앞으로도 이 갑각류에 대한 연구는 계속될 것입니다. 


 참고 


 Hanne Halkinrud Thoen et al, The reniform body: An integrative lateral protocerebral neuropil complex of Eumalacostraca identified in Stomatopoda and Brachyura, Journal of Comparative Neurology (2019). DOI: 10.1002/cne.24788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